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을 거둔 고(故) 백남기 농민이 16일 중앙대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민주화 운동으로 학교를 떠난 지 37년 만이다.
중앙대는 16일 오후 4시30분 대학원 5층 회의실에서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진행했다. 수여식에는 유족을 포함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노웅래ㆍ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고, 참여연대, 카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도 함께했다. 대학 측은 “중앙대 민주동문회 등 각계각층의 요청에 따라 명예학위 수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여식에서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평생을 가장 낮은 곳에서 겸손한 삶을 살면서 의와 참을 실천한 백남기 농민을 기린다”며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과 제적을 당해야 했던 여러 동문을 지켜내지 못해 학교를 대표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또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평생 불의에 맞서 싸우다 공권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된 ‘백남기 농민 열사’를 기린다”며 “고인의 희생이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권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축사했다. 유족 대표로 명예졸업증서와 공로패를 받은 백씨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68년 행정학과에 입학한 백씨는 1971년 대학에 무장군인을 투입하는 ‘위수령’에 항의하다, 1975년 유신헌법에 맞서 저항하다 두 차례 제적을 당했다. 백씨는 1980년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민주화 운동을 벌였지만 5ㆍ17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계엄군에 체포돼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중앙대에서 퇴학 당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기재해 논란이 됐으나, 서울대병원은 6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인사’로 사인을 수정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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