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중 처음 충칭 임정 청사 방문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법통” 강조
천민얼과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재개 합의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16일 충칭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2019년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다”고 말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칭 임정 청사를 돌아보기에 앞서 청사 내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의 흉상 앞에서 묵념한 뒤 전시실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는 글을 남겼다. 충칭 임정 청사는 일제 강점기에 마지막으로 사용된 청사로, 현재 상하이ㆍ항저우ㆍ창사에 남아 있는 임정 청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청사 회의실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간담회를 갖고 독립유공자 이달 선생의 장녀인 이소심 여사 등과 청사 보존을 위해 노력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여사는 1990년대 초 충칭 임정 청사 철거 소식을 듣고 한중 양국 정부에 유적지 보호를 호소하면서 1995년 청사 복원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KBS 해외동포상을 수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시정부는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법통”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했고, 그래서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건국의 시작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은 3ㆍ1 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된다”며 “건국 100주년이 되도록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제대로 기념하고 기리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국내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충칭 소재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을 비롯한 중국 내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를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 각지에 흩어진 과거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시 주석도 협력의 뜻을 밝힌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충칭의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도 빠른 시일 내에 복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충칭에 터를 잡고 항일 무력투쟁을 벌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이날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와의 오찬에서 독립운동 유적지 중 하나인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사업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이 충칭 임정 청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역대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지방도시를 방문했다.
1992년 9월 중국을 처음 국빈방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가 보존된 상하이를 방문했고,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도 상하이를 들렀다. 이후 2008년 5월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국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칭다오와 대지진이 발생했던 청두를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중국 문화유산의 보고인 시안을 방문했다.
충칭=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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