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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생태!] 빨리 나는 새들은 유리창이 아프다… 미국서만 한해 10억마리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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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생태!] 빨리 나는 새들은 유리창이 아프다… 미국서만 한해 10억마리 수난

입력
2017.12.16 04:4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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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는 정면보다 측면 시야 발달

넓게 보지만 원근감은 떨어져

투명한 인공구조물에 특히 취약

도로 주변 투명 방음벽도 위험

2013년 2월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건물의 유리 현관문에 멧비둘기가 충돌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2013년 2월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건물의 유리 현관문에 멧비둘기가 충돌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누구나 한번쯤은 잘 닦여진 건물의 유리문에 얼굴을 박아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유리 너머에 시선을 고정하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사람들도 그런데 하물며 야생동물들에게는 얼마나 큰 피해를 줄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리 현관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끔 멧비둘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류의 유리창 충돌문제는 의외로 심각합니다. 사람들이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유리창은 매년 수많은 새들을 불필요한 죽음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 새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유리는 그 특성상 주변 경관을 완전히 반사할 수 있지만 빛을 완전히 통과시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 설치된 유리라도 태양의 상대적인 위치, 외부와 내부 조도, 반사되는 물체 및 각도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그 모습이 바뀔 수 있죠. 그러다 보면 유리를 거울이나 어두운 통로처럼 보이게 하거나 완전히 보이지 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투명한 유리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에 묻은 먼지나 오물, 손잡이나 창문 틀 같은 주변 사물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죠. 하지만 새들은 사람과는 달리 유리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인공적인 구조물을 장애물이라고는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대로 받아들입니다. 대학교 식당 근처에 서식하는 새들의 경우 경험에 의해 식당 건물의 유리를 인지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유리의 본질적 특성을 절대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1970년대 말부터 조사된 바에 따르면 조류의 죽음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 중 고양이에 의한 피해 다음으로 많은 것이 유리창 충돌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1년에 약 3억에서 10억 마리에 가까운 조류들이 유리창 충돌로 죽는다고 하니 엄청난 셈이지요.

물론 생명의 피고 짐은 자연의 섭리인지라, 죽음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죽음에는 죽어야 하는 타당한 이유와 적정한 비율이 있어야 합니다. 로드킬이나 유리창 충돌로 인한 죽음은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건강성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를 제거해버립니다. 어린 동물이나 이주성 조류, 심지어 건강한 성체들까지도 도시화된 인공구조물에 대한 학습이 전혀 없기에 아까운 목숨을 너무 쉽게 잃어버립니다.

도로 주변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도 엄청난 위험 요소입니다. 우리는 도로에서 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기에 그 피해 정도를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방음벽 주변을 걷다 보면 매우 많은 조류 사체를 발견하게 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특히 방음벽은 주로 숲이나 농경지 등의 조류 서식지에 설치되기 때문에 주변에 서식하는 조류에게는 블랙홀과 같은 피해를 일으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 막자 안간힘

유리창에 10cm 간격 줄 설치

자외선 반사, 맹금류 스티커 붙여

푸른빛 전구는 야간 충돌 막는데 효과

2017년 11월 대전 유성구 당진-영덕고속도로변 방음벽 인근에서 유리창 충돌로 사망 조류의 폐사체가 23마리 발견됐다. 국립생태원 제공
2017년 11월 대전 유성구 당진-영덕고속도로변 방음벽 인근에서 유리창 충돌로 사망 조류의 폐사체가 23마리 발견됐다. 국립생태원 제공

조류가 유리창에 취약한 이유는

그렇다면 조류는 왜 유리창에 잘 부딪치고 생명까지 잃는 것일까요.

첫째는 바로 속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간당 5㎞ 정도의 속도로 걷습니다. 이 정도의 속도로 유리창에 충돌했을 때도 우리는 코피를 흘리거나 머리가 띵할 정도의 충격을 받습니다. 사람보다 빠른 조류에게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조류는 보통 시속 36~72㎞의 속도로 비행합니다. 새들은 비행을 위해 몸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뼈에는 많은 빈 공간을 두게끔 진화했습니다. 두개골도 스펀지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죠. 이러한 진화의 특징은 비행 중 발생하는 유리창 충돌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조류의 시력도 인간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부엉이와 같은 포식조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류는 포식자에 의한 위협을 빨리 포착하기 위해 무척 넓은 시야각을 갖습니다. 그 이유로 눈은 보통 머리의 외측 면에 위치하죠. 대부분의 조류는 자신의 옆쪽을 가장 예리하게 볼 수 있고 또 넓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양쪽을 거의 눈 하나씩으로 보기 때문에 원근감(심도ㆍ깊이)은 떨어집니다. 폭넓게 보니 심도 있게 못 보는 것이죠. 새의 눈은 3D보다는 2D로 세상을 본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심도 인지력은 자신 부리의 끝 지점 정도의 한계점을 갖는데, 이는 먹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이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눈 구조 때문에 바로 앞에 있는 물체는 인식하지 못할 수 있지만 옆이나 뒤에서 쫓아오는 천적은 뛰어나게 인식한다는 것이죠. 시각 자체의 맹점 때문에 앞쪽보다 오히려 후방 쪽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류가 유리에 충돌하는 것은 전방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져 유리가 있는 부분이 열린 공간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력의 또 다른 개념인 색 감각도 다릅니다. 인간은 색깔을 구분하는 데 있어 세 가지 영역(적ㆍ녹ㆍ청)의 감각에 의존하지만 조류는 자외선까지 더해 네 가지 영역을 활용하고 컬러필터까지 가지고 있죠. 그래서 조류는 인간에 비해 더 많은 색깔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들도 종에 따라서 조금 차이가 있긴 합니다. 어떤 새들은 보라색까지만 인지하는가 하면 참새목과 같은 대부분의 조류는 자외선 파장대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서 언급할 유리충돌을 피하게 하는 방법에 활용됩니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내 맹금류 전시장에 타공필름이 부착된 모습. 필름에 촘촘한 구멍이 뚫린 타공필름을 이용하면 전시장의 관람객들은 사육장을 볼 수 있지만 사육장의 조류들은 유리창 너머를 볼 수 없어 유리창 충돌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내 맹금류 전시장에 타공필름이 부착된 모습. 필름에 촘촘한 구멍이 뚫린 타공필름을 이용하면 전시장의 관람객들은 사육장을 볼 수 있지만 사육장의 조류들은 유리창 너머를 볼 수 없어 유리창 충돌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유리창으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방법

새들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쉬운 방법을 찾자면야 유리창을 청소하지 말자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유리창을 더러운 채로 놔둔다는 게 쉽지는 않겠죠.

요즘에는 맹금류의 실루엣을 본 떠 만든 ‘버드 세이버’라는 스티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제품을 부착하더라도 여전히 빈 공간은 위험합니다. 새들이 맹금류 모양을 무서워해 유리벽에 접근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사람들보다 더 시력이 좋아서 맹금류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챕니다. 때문에 맹금류 스티커가 붙어 있는 유리창의 빈 공간으로 돌진하는 것이죠.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량의 스티커를 비교적 촘촘히 유리창 외측 면에 붙여야만 합니다.

이 외에도 조류의 유리창 충돌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유리에 조류는 볼 수 있으나 사람은 보지 못하는 자외선 패턴을 입히는 것이 충돌을 막는 좋은 방법으로 거론됩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한 자외선 반사테이프를 붙이면 됩니다. 모기장이나 그물망을 달아두어도 좋습니다.

이와 더불어 집에서 간단하게 장치를 만들어 유리창에 부착하는 것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에이코피안 버드세이버(Acopian BirdSavers)는 줄을 이용한 조류 충돌 방지 기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리창 바깥 쪽에서 10㎝ 간격으로 밧줄을 늘어뜨려 조류가 유리창으로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법이죠. 10cm 정도면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해 통과를 안 하려고 합니다. 줄의 길이는 유리 아래쪽 끝에서 5㎝ 정도 떨어뜨리는 방법과 유리 바닥까지 내려 고정하는 방법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줄을 늘어뜨릴 경우에는 바람에 의해 줄이 날리면서 시각적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간혹 줄이 주변 물체와 꼬여 빈 공간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과 관련한 석학인 다니엘 클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줄을 이용할 경우 조류는 92~100% 정도 유리창을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타공필름이나 원웨이필름(one way film)으로 알려진 필름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유리의 외부 면에 부착하며, 보통은 시트지 방식으로 부착합니다. 필요에 따라 바깥 면에는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인쇄해 디자인을 강조할 수도 있죠. 내측에서 바깥을 볼 경우에는 썬팅필름의 효과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나아가 이동성 조류는 자기장을 인식한답니다. 이러한 자기장은 특히 노란색 조명과 붉은색 조명에 의해 방해를 많이 받죠. 도심의 야간 조명에는 노랗거나 붉은 계열의 색이 많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조류들의 방향감에 영향을 주고 도심에서 야간충돌이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야간조명을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경하면 그나마 자기장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하네요.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관람객 휴게실에 부착된 자외선 반사 스티커. 이 건물은 조류 서식지 한복판에 설치돼 조류 유리창 충돌위험도가 매우 높은 건물이었지만 스티커 부착 이후에는 한 건의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립생태원 제공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관람객 휴게실에 부착된 자외선 반사 스티커. 이 건물은 조류 서식지 한복판에 설치돼 조류 유리창 충돌위험도가 매우 높은 건물이었지만 스티커 부착 이후에는 한 건의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립생태원 제공

사람은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계와 야생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이유 없는 불합리한 죽음이 아닐까 합니다. 건물에 유리창을 설치하고 도로변에 투명한 유리 벽을 세웠을 때 새들이 피해를 입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입니다.

야생동물의 보호와 관리를 담당하는 환경부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조류의 인공구조물 충돌 연구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그 해결방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에도 많은 유리창이 존재하는데요. 생태원 주변 조류와의 공생을 위한 고려 끝에 건물 유리창에 이 자외선 반사필름을 부착해 무척 많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맹금류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유리창에는 타공필름을 도입해 유리창 충돌사고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새들을 갑작스런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유리창 충돌,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 손으로 쉽게 줄일 수 있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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