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김성태 지원한 홍준표
“안 됐다면 사표 쓰려했다”는 말도
친박은 “우리 표 여전” 갈등 예고
법안처리 키 쥐고 있는 국민의당
‘통합론’ 충돌 속 분당 시나리오도
의원들 너도나도 연말 외유 러시
임시국회 진도 나가기 어려울 듯
2018년 예산안 통과 후 여야는 11일부터 다시 12월 임시국회를 열었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개혁ㆍ민생입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임시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국민의당 내부 갈등으로 장외에서만 뜨거웠던 국회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6일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고 8일 일부 법안 처리까지 마친 뒤 12월 임시국회 일정이 다시 잡혔습니다.
여의도 탐구생활(탐구생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서였죠. 야당도 요구하는 게 있고 여당도 개혁법안 입법화가 필요해 회기에 합의를 한 겁니다. 특히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가 공수처법과 국가정보원 개혁법 등을 통과시킬 골든타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야 누구도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 예산안과 달리 쟁점법안마다 한국당이 절대불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상임위마다 묘안을 짜내느라 해당 상임위 간사 의원들 머리에서 쥐가 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달빛= 12일 실시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때문에 임시국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측면도 있죠. 김성태 의원의 당선은 어느 정도 예측됐던 결과죠?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 “예상은 했지만 정말 친박계가 당내 주도권을 이렇게 놓칠 줄은 몰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실 원내대표 투표에서 후보별 예상 득표 계산을 다 합치면 의원 정수인 300명이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원들은 이 후보, 저 후보에게 다 표를 주겠다고 약속한답니다. 김 신임 원내대표 쪽은 1차 투표에서 58표를 예상했다고 하는데 믿을 만한 수치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단 3표만 빠진 55표로 과반을 차지해 결선투표 없이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습니다.
국회 본청 표류기(본청)= 초반부터 김성태 의원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으로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소수였습니다. 하지만 중립지대 의원들이 한선교 의원 중심으로 강하게 결속하지 않았고, 친박계 내에서도 이탈표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친박을 폐족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은 비박이 전면에 나서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성이 있었다”면서도 “복당한 의원을 원내대표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 슬프긴 했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습니다.
달빛= 김 신임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과 친하죠.
본청= 홍 대표는 정말 온몸으로 친박계 등의 비난을 흡수해줬고, 김무성 의원은 물 밑에서 쉬지 않고 의원들 설득을 이어갔다고 해요. 범친박계가 흔들리는 게 그들 눈에 들어왔겠죠. ‘균열을 파고들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전략 외에는 필승 카드는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세탁기= 결과가 이렇게 나올지는 김 신임 원내대표도, 홍 대표도 100% 자신하진 못했나 봅니다. 홍 대표는 경선 직후 의원들 뒷풀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가 안 됐으면 사표를 쓰려고 했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라고 해요.
달빛= 친박계는 이 선거를 기점으로 소멸하는 건가요.
본청= 친박은 죽지 않습니다. 21대 총선으로 정리가 될 수는 있어도 그들 스스로 폐족할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김성태 의원 당선도 그들에겐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지 완전한 퇴각은 아니라고 해요. 한 친박계 의원은 "대구 경북 가봐라. 아무리 여론조사가 어떻니 떠들어도 우리 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지금은 어려워 보이지만 결코 앉아서 죽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달빛=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평가는 어떤가요.
구공탄= 김 원내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강경 일변도 발언을 쏟아내자 당에서는 “정진석ㆍ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양반이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특히 ‘비박 홍준표-친박 정우택’ 체제에서는 틈새가 보였지만, 홍준표 대표의 지지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탄생한 만큼 당의 투톱이 똘똘 뭉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거죠. 이번 임시국회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쉽지 않은 대야관계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달빛= 홍준표 대표는 경선 직후 일본을 방문했죠.
세탁기= 홍 대표에 대한 일본 쪽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14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났고 국가정보원 카운터파트인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수장도 이날 하루 종일 홍 대표 일정에 동행했습니다. 아무래도 대북정책의 경우 아베 내각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보다 한국당과 통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겠죠.
달빛=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에 잇따라 소환되고 있는데요.
세탁기= 요즘 한국당 의원들이 건네는 첫인사가 “밤사이 안녕하셨습니까?”라고 할 정도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예방 온 자리에서 홍 대표가 “우리 당 의원들 좀 잡아가지마”라고 했을까요.
본청= 매우 격앙된 분위기입니다. 다만 분노와 두려움이 묘하게 혼재된 것 같아요. 최근 복수의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 고위간부 출신 같은 당 의원들에게 "검찰 내 분위기 좀 알아봐 달라. 이거 해도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전화를 걸어온다고 하네요. 분노와 함께 자신에게도 검찰의 칼이 닿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는 얘기겠죠.
달빛=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으로 발칵 뒤집힌 상태죠?
본청= 국민의당은 점점 서로의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평화개혁연대는 이미 분당을 염두에 두고 의원 확보 작업을 시작했죠. 안철수계 역시 분당을 가정하고 바른정당 의원 흡수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합친 뒤 한국당까지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수차례 "한국당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죠.
달빛= 의원들이 연말까지 국회를 비우는 외유 일정이 많아 대부분의 상임위가 공전되고 있죠.
탐구생활= 상임위 별로 해외 출장이 가능한 의정활동비 명목으로 나오는 1년 예산이 3,000만~3,500만원 정도인데 연말까지 쓰지 않으면 불용처리가 된다고 해요. 그러면 추후 예산을 확보하는 데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연말 전에 남은 예산을 외국 방문으로 서둘러 쓰는 상황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는 거죠. 여기에는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탄핵부터 대선, 이번 연말 임시국회까지 빡빡한 정치권 일정을 수행하느라 휴가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던 상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여당 의원들은 벼르고 별러 해외 일정을 잡아놓고도 여론을 살피느라 전전긍긍하는 반면, 야당 의원들은 미리 예정됐던 일정이라며 비판 여론도 나 몰라라 해외로 떠나는 게 차이죠.
본청= 12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취임 직후인데 그의 입장에선 여당이 원하는 것을 곧바로 들어줄 필요가 없죠. 민생ㆍ개혁 입법에서 진도가 나가긴 힘든 이유입니다.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여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워낙 당 상황이 복잡해 국회 현안에 힘이 모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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