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민 밉상’이 된 것은 그의 안하무인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팔짱 병우’ ‘레이저 병우’라는 별명처럼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모습과 질문하는 기자를 쏘아 보는 눈빛이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국정농단 사태에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법꾸라지’ 행태는 많은 국민에게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겼다. 결국 우 전 수석은 네 번째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이게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며 숙명론’을 피력했다.
▦ 15일 우 전 수석이 전격 구속된 배경에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의 ‘숙명’이 작용했다. 자신에게 칼날을 겨눈 이 전 감찰관을 사찰한 것이 돌고 돌아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사찰 지시는 공적 목적이 아닌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서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이 전 감찰관이 자신의 비리 의혹을 감찰하자 “선배가 이럴 수 있느냐”며 대들고 되레 검찰에 기밀누설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다. 서울대 법대 3년 선배이자 과거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 전 감찰관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 수사 착수 485일 만에 우 전 수석을 구속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그 동안 투입된 전담 검사 수만도 30명이 넘는다. 윤갑근 특별수사팀,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검팀, 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까지 총 5개 팀이 동원됐다. 그러고도 번번이 비리를 파헤치는 데 실패했다. 이번에 구속을 이끌어 낸 것도 국정원 관계자들의 자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검찰이 한식구인 우 전 수석을 비호하거나 수사하는 시늉만 냈다는 얘기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엄정하고 확실한 수사로 재판에서 납득할 만한 판결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 우 전 수석은 구속됐지만 정작 이 전 감찰관은 기밀누설의 피의자 신분으로 남아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년이 넘도록 결론이 안 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제가 와보니 수사가 처음부터 중단돼 있더라”고 답했다. 특별감찰관으로서 자신의 직분을 다한 그는 여태껏 피의자인 ‘역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두 사람 간의 악연을 빨리 풀어 줘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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