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보수 등 명목 수천만원
교회 강당 고치고 접대비 유용
이권 걸린 농성 학부모에 종용
설립 당시 문제로 17일 승인 투표
폐교땐 장애아 31명 갈 곳 없어
서울 동작구 한 유아 특수학교가 예산 수천만원을 학교를 운영하는 교회 시설 공사 등에 유용해 온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학교장이 학교에 다니는 장애 아동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교회 행사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심지어 농성에까지 나서줄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말부터 서울 동작구 유아 특수학교인 N학교의 예산 유용, 학생ㆍ교직원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 결과 이 학교는 지난 7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학교 놀이터 벽면을 공사한다는 명목으로 시교육청에서 434만여원의 예산을 따낸 뒤 학교를 운영하는 K교회의 외벽 도색, 방수공사 등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작년에는 교회 건물 지하 성전을 재학생의 학교 유희실(강당)로 등록한 뒤 1,460여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으며, 2012년에는 학교에서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360만원 상당의 피아노를 구입한 뒤 실제로는 교회에서 사용했다. 학교 예산으로 교회 행사 강사 접대비, 행사용 상품 구입 비용 등을 여러 차례 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르면 다음주 중 학교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교회 활동에 강제적으로 동원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학부모 A씨는 “작년 2월 현 교장이 부임한 이후 학부모 동의 없이 학생 신앙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했고 학부모 기도모임을 만들어 참여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교장은 교회 인근에서 아파트 시공을 하는 건설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농성장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으나 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998년 설립된 이 학교는 총 7개 학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2~5세의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아동 31명이 재학 중이다. 학교를 운영하는 K교회는 교인 수가 250여명인 작은 교회다.
이 학교의 존폐도 위태로운 상태다. 교회측은 오는 17일 사무총회를 열어 학교 설립 동의 여부를 묻는 추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설립 당시인 1998년 담임목사가 교인 승인 절차 없이 설립을 진행했다는 이유인데, 교육청은 재단측이 투표 후 폐교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교육청은 폐교의 필요성, 타당성, 학생 수용계획 등을 검토해 인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지적장애 유아 특수학교는 서울에 3곳에 불과한데 다른 2개 학교는 각각 송파구, 종로구에 위치해 이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생 통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는 인근에 수용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분산을 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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