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4대 원칙 발표

문 대통령 “역지사지의 기회”
시진핑 주석 “더 나은 길 닦아야”
사드 뇌관 피하며 덕담 나눴지만
시 주석, 적절한 처리 압박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열린 MOU 서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관련해선 적절한 처리를 요구하는 중국 측의 압박은 계속됐다.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은 어느 정도의 성과로 평가된다. 한반도 비핵화나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은 앞선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거듭 합의된 사항이라 특별할 것이 없지만, 전쟁 불용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대북 군사 옵션을 거론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대 원칙이 양국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북한의 거듭된 핵ㆍ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원칙과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확대정상회담부터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양 정상은 사드라는 말은 피한 채 덕담을 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먼저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써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며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아 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전날 문 대통령이 난징(南京)대학살 80주년을 애도한 것을 언급하고 “한국에서 그 행사(80주년 추도식)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주중대사를 참석시켜 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핵심인사들만 참석하는 소규모 정상회담에서는 시 주석이 사드를 직접 거론하고 중국 측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시 주석은 “한국 측이 이를 계속해서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면서 “좌절을 겪으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해 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이 10월 31일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말했다”며 “우리 입장에선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ㆍ투자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했다. 이밖에 ▦미세먼지 공동 저감 ▦암 관련 의료협력 등 환경ㆍ보건 협력 ▦교육ㆍ과학 협력 ▦신재생에너지 협력 ▦지방정부 간 협력을 증진뿐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5G, 드론, 전기자동차 등 미래지향적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은 양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늘어난 2시간 15분간 진행됐다.

베이징=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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