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변인 ‘관심’ 표명만
한국 측 진행 행사 강조하며
책임 회피 태도로 일관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 뉴시스

정상외교 사상 전례가 없는 무자비한 폭행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중국 정부는 ‘관심(關心)’을 언급했을 뿐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 측 주최 행사가 아님을 은연중에 강조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중국어 ‘관심’에는 사과의 의미가 전혀 담겨있지 않으며 ‘주변에서 벌어진 일을 주목한다’ 정도의 뜻이다. 강 건너 불구경을 하면서 불이 자신의 집으로 옮겨붙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준의 뉘앙스인 셈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중국 측 경호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본보와 매일경제 사진기자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사건과 관련, “누군가 다친 게 확실하다면 이번 사건을 주시할 것”이라며 “작은 사고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행사는 한국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측이 주최했더라도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매우 관심을 두고 있으며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이어 “중국과 한국은 문 대통령의 방중을 위해 각 방면에서 성심껏 준비를 해왔다”면서 “한중 양국의 공통된 목표는 이번 방문이 원만하게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이 같은 언급은 폭력사태가 발생한지 4시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나온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이란 점에서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빈방문 행사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자체가 유례없는 것인데도 브리핑 전까지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다는 건 다분히 우리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은연중에 한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이다. 루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준비한 행사가 아니라 한국 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행사 도중 발생한 사태라는 점을 강조한 뒤 “더 자세한 사항은 한국 주최 측에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중국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중국 정부의 기류를 반영하듯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번 폭력사태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미국이나 다른 주요국 정상을 초청한 상황에서 이런 폭력사태가 발생해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면서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하자 자신들이 주최한 공식행사가 아니란 점을 들어 그냥 덮고 가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신형국제관계’를 표방한 대국이 취할 행동이 결코 아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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