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ㆍ마약ㆍ절도ㆍ폭력 사범
국적기 탑승하자마자 영장 집행
해외로 도주한 한국인 피의자들이 전세기를 통해 한꺼번에 압송됐다. 흉악범 전용 호송기 공중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 ‘콘에어’처럼 범죄자를 항공기로 집단 송환한 건 국내 첫 사례다.
경찰청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달아난 한국인 범죄자 47명을 전세기로 집단 송환했다고 14일 밝혔다. 전화금융사기범(보이스피싱) 28명을 포함한 사기사범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마약, 절도, 폭력사범도 포함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지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피의자들은 이날 차량 20대로 마닐라국제공항까지 호송된 뒤, 전용 출국심사대를 거쳐 호송기인 국적 항공기에 탑승했다. 국적기는 국제법상 한국 영토여서 탑승 직후 체포영장이 집행됐으며 호송관 형사 120명이 함께 탑승해 피의자를 밀착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5시10분쯤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일반인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질서유지선을 통과한 뒤 각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로 인계됐다.
11월 말 기준 필리핀으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는 11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해외 도피사범 485명의 약 30%를 차지하는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집단 송환을 계기로 필리핀 도피사범을 신속히 송환할 수 있도록 필리핀 당국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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