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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R&D 투자 비효율? 원인 파악이 먼저다

입력
2017.12.14 16: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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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결국 기초연구비 4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400억원 중 380억원이 중견사업에서 삭감된다니 내년에 중견연구자들에게 몰아칠 한파가 가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위인데 별 성과가 없고 효율도 낮아 삭감할 테니 아껴 쓰라는 얘기를 들어야 하는 연구자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 소위원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독점해 온 R&D 예산편성을 과학기술부와 협의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심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거기서도 어김없이 ‘세계 1위의 R&D 투자 대비 낮은 효율성’이 거론된다. 도대체 이 숫자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뭘 기대했길래 나오는 게 없다는 건지, 정말 비효율이 문제라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선 ‘GDP 대비 R&D 세계 1위’는 국가 전체 R&D 얘기인데, 전체 R&D의 75%가 기업의 투자이고, 정부 투자 비율은 23%로 OECD 국가 가운데 거의 밑바닥 수준이다. 세계 1위는 기업 R&D가 커서인데, 이 숫자가 부풀려졌을 것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제기준에 맞게 연구개발비를 보고해도 우리나라 R&D 투자가 세계 1위일까?

R&D 비효율성? 비효율성의 원인을 찾으려면 정부 R&D의 내용을 들여다 봐야 하고,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 연구인력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19조가 넘는 정부 R&D가 모두 연구개발에 쓰이는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그 중 10조원이 각 부처의 국책사업, 즉 대형 기획사업위주의 추격형 기술개발 연구에 투입된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국책사업에서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 기획과 예산 따내기 경쟁에 매달려야 하고, 특정 분야의 소수 연구자들만 그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또 일단 연구비를 받고 나면 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아도 대충 넘어간다니 국책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모든 연구자에게 기회가 열려있고 자신의 독창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과제로 공정경쟁에 나설 수 있는 자유공모연구비는 고작 1조원 남짓하다. 2022년까지 2.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번 국회의 예산 삭감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주로 이 연구비에 의존해 연구하는 대학의 연구원은 1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석사과정 대학원생을 더하면 17만 명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정진할 수 있게 하느냐 여부에 이 사업의 성패가 달렸는데 고질적 예산 부족과 널뛰기로 연구자들이 언제든 연구비 절벽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추진할 수 있을까. 국가 전체 박사급 연구인력의 60%가 몰린 대학의 연구환경이 이렇게 불확실한데도, 투자는 세계 1위로 했는데 왜 성과가 별로냐고 다그친들 무슨 소용일까.

국회만의 책임이 아니다. 정부 책임이 크고, 연구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정부는 R&D 문제를 제대로 하라고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예산권 없이 혁신본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고, 이를 위한 법개정 권한은 국회에 있다. 국회가 거듭 과학기술 발전을 늦추는 결정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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