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년 내진 1등급도 금 ‘쩍쩍’
지역민들 ‘내진설계’ 불신감 고조
다급해진 업체 ‘제진설계’ 등 홍보
전문가 “여러 공법 쓴다고 좋은 것 아냐”
포항지역 주택건설업계가 ‘내진설계 1등급’도 모자라 ‘제진’설계를 홍보하고 나섰다. 지역민들의 내진설계에 대한 불신감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규모 5.4 지진이 엄습하자 내진설계 1등급이라는, 입주 3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도 뒤틀리고 금이 가는 피해가 나 이목을 끌었다.
A사는 포항 북구에 아파트 1,500세대를 짓기로 하면서 견본주택 외벽에 내진설계 1등급은 물론 ‘제진댐퍼를 설치했다’는 큰 현수막을 내걸었다. 포항 남구에서 시공중인 B아파트(1,567세대)와 C아파트(745세대)도 내진설계 1등급에 제진설계를 추가했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내진설계 1등급은 병원 등 특수시설물에 적용되는 특등급을 제외하면 공동주택 적용 내진설계 등급으로는 최고 등급이다. 1등급으로 설계돼 시공된 건물은 규모 6.5이상 지진이 와도 진앙이 바로 아래가 아니면 붕괴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포항에서는 규모 5.4 지진 이후 북구 장량동 일대 내진설계 1등급으로 설계된 준공 3~4년의 일부 아파트 외벽까지 균열이 나자 내진설계로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가뜩이나 미분양으로 애를 먹던 주택 건설사들은 내진설계만으로 고객 잡기가 쉽지 않자 진동을 저감시킨다는 제진과 건물 바닥에 고무 등을 넣어 시공하는 면진 등 다양한 건축설계용어를 써가며 홍보하고 있다. 포항은 올 10월 말 현재 아파트 미분양 수가 2,239가구에 달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제진댐퍼라는 장치는 건축직 공무원들 귀에도 익숙하지 않다”며 ”지진으로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하자 아파트 광고도 지진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관련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지나친 지진 설계 광고로 내진 설계가 적용된 기존 건축물에 불신이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내진과 제진, 면진은 건축물에 따라 적용하는 설계공법으로 여러장치를 더 많이 했다고 지진에 더 강한 것도 아니고 어느 공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다”며 “건설사들의 지나친 광고로 내진설계 1등급으로 잘 지어진 기존 아파트에 불안이 더 커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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