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
미국서도 11월부터 무대 올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 선물처럼 느껴지는 공연들이 있다. 그 공연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연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연말이면 단골처럼 찾아오는 공연들에 대해 당신이 알거나 모를 정보 몇 가지를 짚어 본다.
12월은 호두의 계절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3대 고전발레로 꼽히는 동시에 크리스마스면 매진행렬을 달리는 연말 인기 레퍼토리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은 주인공 마리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그 자체다.
올해도 국립발레단이 16~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이 21~3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같은 ‘호두까기 인형’이지만 두 발레단의 작품은 차이가 있다. 국립발레단이 2000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버전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솜씨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특징을 이어받아 러시아의 민족적 색채와 웅장함이 볼거리다. 주인공의 독일식 이름인 클라라도 러시아 이름인 마리로 바꿨다. 1986년 국내에서 초연한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작품을 기반으로 각색했다. 서유럽 문화를 흡수해 세련되고 화려하다.
‘연말하면 ‘호두까기 인형’’이 정설처럼 됐지만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발레계 영향이 크다. 미국의 뉴욕시티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는 11월부터 ‘호두까기 인형’ 시즌을 시작한다. 발레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럽에서도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지만 이 정도로 레퍼토리화되지는 않았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호두까기 인형’이 연말 브랜드가 된 것 같다. 매년 공연 횟수와 좌석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구영신의 ‘합창’
12월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달이기도 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1~22일 예술의전당에서 수석객원지휘자 티에리 피셔의 지휘로 ‘합창’을 연주한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경기필) 역시 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20일 예술의전당에서 ‘합창’을 선보인다. 4년 임기의 마무리를 목전에 둔 성시연 경기필 상임지휘자의 마지막 무대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22일 부천시민회관에서 ‘합창’을 연주한다. 롯데콘서트홀이 30~31일 3회에 걸쳐 여는 송년ㆍ제야 음악회에서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합창’이 울려 퍼진다.
‘합창’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잃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4악장에는 프리드리히 실러가 직접 쓴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진다. 고난의 극복과 인류애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악단들도 송년 레퍼토리로 이 곡을 선곡한다.
롯데콘서트홀 음악회에서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중 피날레,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 등도 함께 연주된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보다 성대한 마무리와 힘찬 새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위풍당당 행진곡’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악단마다 조금씩 다르다.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신년음악회 앙코르 곡으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을 정해 놨다. 마지막 행진곡 연주 때 지휘자들은 청중을 바라보며 지휘하고 청중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친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오페라의 경우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인기 레퍼토리다. 국립오페라단은 크리스마스에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 등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을 그린 ‘라보엠’,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간을 배경으로 지난 허물을 털어 버리고 새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오페레타 ‘박쥐’를 연말 레퍼토리로 올린다. 화려한 음악을 바탕으로 유쾌한 이야기를 담아 파티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쾌한 미망인’,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인 ‘헨젤과 그레텔’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물론 유럽에서도 연말 시즌 히트작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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