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자문에 대한 보수 주장에도
고법, 무등록 중개행위 인정
1심 무죄 뒤집고 벌금형 선고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부동산중개업법 위반으로 기소 돼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복덕방 변호사’ 공승배(46)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활동이 적법한지를 두고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세무사 변리사 등 전문 직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변호사 입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13일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 법률사무소 대표 공 변호사에 대해 “부동산 중개사무소 개설에 대한 등록 없이 중개업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공 변호사는 2015년 12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회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해 ‘복덕방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공 변호사는 서비스 시작 당시 일반 공인중개사보다 저렴한 99만원을 수수료로 받겠다고 파격 선언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는 공 변호사를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자격증을 갖고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채 중개업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부동산 중개’ 등 유사 명칭을 쓰거나 광고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공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결과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
공 변호사는 1, 2심 내내 “계약서 작성 등 법률 자문에 대한 보수를 받았을 뿐이며, 부동산 중개는 그에 수반된 일로 무료로 해준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 변호사가 운영한 ‘트러스트 부동산’ 홈페이지에 거래 대상 부동산 정보가 올라와 있고, 소속 변호사를 통해 거래 조건을 조율한 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당사자들이 최초 대면하는 식으로 거래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홈페이지 이용약관에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한 것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거래 당사자에게서 받은 보수는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일부는 중개 행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다. 사이트에 ‘최대 99만원, 합리적인 중개수수료’ 등의 문구가 게시된 게 공 변호사 발목을 잡았다. ‘트러스트 부동산’이란 이름을 쓴 것도 유사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 변호사는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변호사법 3조는 법률 소송에 수반되는 업무를 변호사가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공 변호사는 이에 근거한 주장도 펼쳤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향후 직역 다툼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 진다. 대한변협은 “트러스트부동산이 의뢰인에게 제공한 계약서 작성, 자문은 ‘부동산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로서 변호사법 제3조에 따른 변호사 직무가 명백하다”며 법원 판결에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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