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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석방ㆍ기각…법원, 구속 기준 엄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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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석방ㆍ기각…법원, 구속 기준 엄격해졌다?

입력
2017.12.14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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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코에 걸면 코걸이식 사유”

법원 “혐의 다툼 여지 있을 뿐”

올해 기각률은 예년과 비슷

국정농단 관련자 영장 많아

법원 내 신중 기류 형성 시각도

구속영장이 기각돼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전병헌(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의왕=연합뉴스
구속영장이 기각돼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전병헌(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의왕=연합뉴스

과거 정권 적폐와 청와대 수석 뇌물사건 등 서울중앙지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수사 피의자들이 잇따라 석방, 영장기각 되면서 당황하는 검찰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은 최근 들어 법원의 구속 기준 ‘골 포스트’가 옮겨진 걸로 의심하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낼 정도로 불만이 가득하다. 과연 법원의 구속 기준이 엄격해진 것일까.

13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둘 모두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됐고 혐의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취지다. 법원은 앞서 ‘군 댓글 공작’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적부심을 거쳐 풀어줬다. 맥도날드에 불량 패티를 납품한 혐의를 받은 맥키코리아 임직원들의 구속영장도 법원이 기각하면서 적폐청산 수사로 비대해진 검찰의 권력을 법원이 구속영장 제도를 통해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제기된다.

실제로 전 전 수석에 대해 법원이 “뇌물 범행이 의심되지만 죄책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힌 데 대해 검찰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다툴 여지가 없는 사건은 없다”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기각 사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 발부 요건에 맞추고 있지만 일종의 ‘착시 효과’에 검찰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풀려난 피의자보다 구속된 피의자가 많은데도 일부 중요 피의자 영장이 기각돼 ‘기준 변경’을 운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병주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댓글 사건에 개입한 양지회 회원들, ‘국정원 수사방해 TF’ 파견 검사들과 안봉근ㆍ이재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 줄줄이 구속된 게 그 예다. 대법원 통계상으로도 올 상반기 영장기각률(19.3%)은 17~19%를 오가는 예년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수사가 충분할 경우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 수사가 부족하면 “혐의에 다툼이 있다”는 식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기준이라는 말까지 검찰 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수사를 충분히 해서 증거를 확보 했으면 구속해서 수사해야 할 사유가 사라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구속영장은 유ㆍ무죄를 가리는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 내에서는 영장 발부를 신중하게 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은 일부 사실이라는 말도 흘러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법원 정기 인사가 있었던 올 2월까지 법원이 국정농단 관련 피의자들에게 거의 예외 없이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발부해온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 등 관련자 8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가운데 7건(87%)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17건 중에는 13건(76%)을 발부할 정도로 발부율이 높았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구속적부심과 더불어 최근의 불구속 추세는 피고인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정상화 수순”이라며 “국정농단은 초유의 사건이었던 만큼 어디까지 공범인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증거인멸 범위도 예측하기 어려워 영장을 유연하게 발부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요 사건마다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ㆍ검 갈등을 겪기보다 법원이 기각 사유를 보다 명확하게 밝히거나, 검찰 쪽 주장대로 영장항고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0년에도 영장항고제 도입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었지만 “수사 편의를 위해 인권을 희생시키는 제도”라는 반대 주장에 밀려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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