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위기감, 대형병원 관망
치의계 “치과 문턱 낮춰” 긍정적
한의계 “집회 강행은 이기주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 비대위)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반대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은 적잖이 엇갈린다.
13일 의협 비대위는 “지난 10일 총궐기대회 이후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이 공론화된 만큼 정부의 대화 제의 등을 지켜보고 추가 총궐기대회 진행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욱 의협 비대위 사무총장은 “의료계가 비급여 진료를 통해 저수가로 인한 왜곡을 견뎌왔는데,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가 되면 1~3차 의료기관 모두 줄 도산이 우려된다”며 “진료비 원가에 대한 적정한 보험수가가 책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형급 병원 경영자 협의체인 대한병원협회도 의협과 뜻을 같이한다. 박용주 대한병원협회 대변인은 “적정수가가 먼저 보장돼 합리적으로 병원 경영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 차원이 아닌 개별 의료인의 입장은 개원의(병ㆍ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봉직의(월급 받는 의사),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 등 소속이나 진료과목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동네의원이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서울 중구에서 10년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연말에 병원 리모델링을 하고 간호사도 채용하려 했지만, 문재인 케어가 실행되면 병원 수입이 줄 수 밖에 없어 모두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의사들은 한발 물러서 관망하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 B교수는 “정부가 전면 급여화로 포장했지만 3,800개의 대상이 정해져 있고 자기공명영상(MRI)나 초음파 등에 대한 단계적 급여화 논의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며 “정부가 표현을 잘못해 오히려 오해를 자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윤정 아주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개원가의 우려 중 하나인) 대형병원 쏠림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게 아니라 빅5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의 브랜드화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치의계는 제도 시행에 긍정적 입장이다. 이재윤 대한치과협회 홍보이사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치과 문턱을 낮춘다는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며 “다만 적정수가를 보존하고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고민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치의계의 경우 치석 제거(스케일링)가 2013년부터 급여에 포함돼 본인부담률이 30%로 내려가면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의계는 아예 의협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을 담보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의사들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규탄한다”며 “의사들은 본인의 이익과 뜻에 반하는 정책과 제도가 발표되면 진료를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의협은 문재인 케어에 찬성하는 것은 물론 본인들 비급여 항목도 급여화에 포함시켜 달라는 입장이다. 홍주의 한의협회장 직무대행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률이 줄어 더 많은 사람이 한의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생애주기별 진료들은 급여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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