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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틸러슨 발언, 백악관이 진위와 배경 분명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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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틸러슨 발언, 백악관이 진위와 배경 분명히 밝혀야

입력
2017.12.13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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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의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원한다면 날씨 얘기를 할 수 있고, 사각 테이블인지 둥근 테이블인지 관심이 있다면 그것에 관해 얘기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미국이 비핵화 대화를 위한 문턱을 점진적으로 낮춰 오긴 했지만, 아무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 정부의 초강경 발언이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이고 돌출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 양보!”라는 제목으로 틸러슨의 발언을 긴급 보도했고,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대북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파문의 확대를 경계하는 듯한 논평을 냈다.

틸러슨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대화를 강조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발언은 ‘비핵화’라는 미국의 대북협상 기조를 흔들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탐색 차원의 대화 제의라고 하더라도, 북핵 용인 자세를 내비친 듯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율을 거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0월 “북한과의 2, 3개 대화채널 가동”을 언급, “꼬마 로켓맨과의 협상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면박을 산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 발언 직후에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끊이지 않는 틸러슨 장관 경질설도 발언의 무게를 떨어뜨린다. 미국 정가에는 연내에 틸러슨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후임자로 대북 강경론자인 마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과의 교감 없이 평소의 소신을 재차 밝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대화 신호도 그래서 주목된다. 그러나 비핵화라는 근본취지에서 벗어난 대화는 ‘대화를 위한 대화’에 불과할 뿐이다. 북핵 공조에 균열을 부르고,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입에서 서로 다른 말이 나와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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