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당시 종단개혁 법제위원장으로 오늘날과 같은 선거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도 흔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의사봉을 두드린 건 저였으니 저도 책임이 있습니다. 새로운 선출 방식을 연구하겠습니다.”
지난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뒤 13일 첫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혁을 힘주어 강조했다.
오랫동안 선승(禪僧) 생활을 해 왔고 수덕사 주지와 방장을 역임한 설정 스님은 참신함과 개혁성 때문에 그간 불교개혁 작업에도 적잖게 참여했다. 그중 하나가 1994년 지금과 같은 총무원장 간선제를 만든 것이었다. 설정 스님은 “선거제도란 일반 사회의 지배와 피지배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 원래 만장일치제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불교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그때 개혁 열망에 따라 간선제 방식을 도입했으나 선거란 기본적으로 편 가르기라서 화합이, 장로정신이, 위계질서가, 사찰재산이 깨지고 음모와 중상 모략이 판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손대기 쉽진 않지만 종교와 다수결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공감대는 있다”고 전했다.
설정 스님은 “종단은 정치집단이 아니라 수행집단이어야 하는데 종단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19년간 수행에만 집중했던 선승 시절이 가장 좋았음에도 지난 원장 선거에 굳이 출마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절의 존재 이유가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강조했다. 자리이타란 부처님 뜻을 받들어 정진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레 남들까지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종단 화합을 위한 대탕평을 염두에 두고 멸빈자(승적 박탈자) 사면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의 고충도 토로했다. 편안하지 않으리라 각오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일들이,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요즘은 아예 집무실에서 산다.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정진 뒤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린다. 설정 스님은 “평생 부처님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을 뿐”이라며 웃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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