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미성년자와 외국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할 경우 블록체인(개인간 거래 정보가 모든 참가자의 네트워크에 공유돼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공공 거래 장부)과 같은 신기술의 발전을 아예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대신 정부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는 고객자산 별도 예치 등의 엄격한 기준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가진 뒤 이 같은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투기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 등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와 외국인은 가상화폐 거래를 못하도록 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화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거래를 전면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이 경우 투자자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해 은행은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해 반드시 본인 확인을 거치고 투자자는 본인 명의 계좌에서만 투자금을 입ㆍ출금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금융기관은 어떤 식으로도 가상화폐를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대출해줄 수도 없고 지분투자도 막았다.
정부는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진입 규제도 마련했다. 현재 사설 가상황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사업자로 분류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영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가상통화 거래소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시행까지 대략 6개월 걸리는데 정부는 그 전까진 업계 스스로 관련 기준을 갖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앞으로 고객자산 별도 예치, 소비자에 대한 설명, 이용자 실명확인 등을 이행해야 한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를 늘리려고 거래가 없는 화폐를 중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 매수와 매도 주문이 이뤄지는 화폐만 중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가상화폐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물리는 방안도 민ㆍ관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거래소가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빌려주는 행위, 방문판매, 가상화폐 발행을 목적으로 한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초기코인판매(initial coin offering) 등도 금지된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나 범죄수익은닉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만 가상화폐 거래를 사실상 허용하면서도 하나의 공식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과열 양상을 잠재우고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지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라고 보긴 어렵다”며 “당분간 진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호현 경희대 교수는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사라진 만큼 투기 우려가 다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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