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순환출자 금지하는 법 집행
전원회의 안건 상정돼 재검토 중
“가이드라인 변경 땐 삼성에 영향”
소급 적용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당시 적용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의 개정 논의에 착수했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라”는 공정위 결정의 근거가 됐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경우 삼성이 매각해야 할 주식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13일 “최근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 집행 가이드라인’이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며 “종합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은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3개)가 강화되자 제정한 것이다. 2014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신규 순환출자(기존 순환출자 인정)가 전면 금지됐지만 계열사간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기존 고리가 강화되는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삼성은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전체주식(900만주) 중 500만주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양사간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마지막 고리가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보고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500만주)만큼 매각(해소)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외압으로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수가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공정위 실무진은 합병으로 삼성SDI와 통합 삼성물산간 출자 고리가 ‘신규’로 형성된 것으로 판단해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 전량(900만주)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그러나 최종 의견은 기존 고리의 ‘강화’로 해석해 처분 주식수를 500만주로 줄였다. 지난 8월 법원은 이 부회장 1심 판결문에서 공정위에 대한 삼성과 청와대의 로비가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당시의 주요 쟁점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자체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면 삼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각하라는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규 가이드라인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과거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불법적인 ‘공모’로 인해 왜곡된 것이라면 이를 정정하는 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 놨다. 반면 이미 처분이 내려진 사안인 만큼 번복 결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적잖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선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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