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욱(오른쪽)/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단단하게 쌓아 올린 북한의 수비벽 앞에서 유독 눈에 띈 낯선 얼굴이 있었다.
등 번호 18번을 달고 늦깎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진성욱(24ㆍ제주 유나이티드)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북한과 2차전에서 후반 18분 상대 리영철(26·횃불체육단)의 자책골로 1-0 승리를 챙겼다.
행운의 승리였지만 대표팀 공격을 책임진 신예 진성욱의 발견은 큰 소득이다. 선발 투입된 진성욱은 3-4-2-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후반 21분 김신욱(29ㆍ전북)과 교체되기 전까지 골대 강타를 포함해 슈팅 4개(유효슈팅 2개)를 기록했고 결승골이 된 리영철의 자책골도 유도했다. 특히 이날 한국 대표팀은 ‘인민 버스’라 불리는 북한의 긴 수비 장벽 앞에 고전하며 유효슈팅을 3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깜짝 활약을 보인 진성욱은 신태용 감독의 성공적 카드였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진성욱이) 주문을 잘 이행해줬고 나무랄 데 없었다"고 칭찬했다. 다만 과감한 돌파와 번뜩이는 슈팅을 마무리할 결정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도 따랐다. 진성욱 역시 "내 점수는 5점을 주고 싶다. 좁은 지역에서 찬스도 만들기는 했는데 골로 연결 못했다"고 말했다.
진성욱(가운데)/사진=KFA 제공
이로써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해 항해 중인 신태용호 승선에 신예 진성욱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격수 포지션에서 손흥민(25ㆍ토트넘)과 쌍두마차로 나설 후보들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10월 평가전에서 이근호(32ㆍ강원FC)와 이정협(26ㆍ부산)에게 기회를 줬고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신욱(28ㆍ전북)도 꾸준히 중용하고 있다. 동시에 프랑스에서 연일 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석현준(26ㆍ트루아AC)도 유력한 후보다. 키 190cm가 넘는 김신욱과 석현준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조별리그에서 우리가 상대할 스웨덴, 독일 등 건장한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선수들로 꼽힌다.
아울러 '신태용의 황태자'로 불렸던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 역시 소속팀에서 시즌 9골을 넣으며 예열 중이다. 최근 부상에서도 완벽히 회복해 언제든지 대표팀으로 호출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진성욱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신태용호 티켓을 노리는 선수들은 더욱 분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축구 관계자는 “진성욱은 리그에서도 골이 많지 않지만 이근호처럼 활동량이 많은 선수다. 북한전은 진성욱의 진가가 나타난 경기였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16일 일본과 대회 최종전에서도 진성욱을 내세울 것이라 본다”고 예상했다. 진성욱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일본과의 최종예선에서 골 맛을 본 좋은 기억도 있다. 진성욱이 일본전에서도 깜짝 활약을 이어간다면 내년 3월 국내파와 해외파가 총출동하는 평가전 때 손흥민의 파트너로 낙점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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