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5천800여명 조사결과…"항체 없으면 백신 접종해야"
올해 환자 4천266명으로 2년째 증가…"고위험군은 생명 위험할수도"
우리나라 20대 10명 중 9명은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는 건 그만큼 A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몸에 항체가 있으면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임주원(국제진료센터)·박상민(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세 이상 5천856명을 대상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보유율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12월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72.5%였다.
문제는 사회활동이 왕성한 젊은층의 항체 보유율이 크게 낮았다는 점이다. 특히 20대(20∼29세)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11.9%에 그쳤으며, 15∼19세 청소년도 24.0%에 불과했다.
다른 연령대는 10∼14세 59.7%, 30∼44세 46.6%, 45세 이상 97.8% 등으로 항체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정부가 2015년 이후 영유아에 대한 A형 간염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시행하면서 10대 초반의 항체 보유율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봤다. 이와 달리 이런 백신 지원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10대 중후반과 20대 연령층은 항체 보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급성 염증성 간 질환으로, 감염된 환자의 분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이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전염성이 강해 직장, 학교 등 단체 생활공간에서 감염 위험이 크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에 피로감, 고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직 특별한 치료제는 없다.
특히 A형 간염은 어린이보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한 달 이상의 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만성 간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자주 손을 씻는 등의 개인위생 관리와 백신 접종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더욱이 A형 간염은 최근 미국에서 대규모 감염 사례와 사망 환자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자료를 보면 지난달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644건의 A형 간염이 발생해 420명이 입원하고 21명이 사망했다. 또 미시건주에서도 495건의 A형 간염이 발생해 416명이 입원하고 1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A형 간염 환자가 증가추세를 이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감염병 통계치에 따르면 2011년 연간 환자 5천521명을 기록했던 A형 간염은 이후 2012년 1천197명, 2013년 867명, 2014년 1천307명, 2015년 1천804명으로 줄었다가 2016년 4천677명으로 다시 폭증한 데 이어 올해에도 현재까지 4천26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2년째 환자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임주원 교수는 A형 간염 예방 백신 무료접종 혜택을 보지 못한 청소년과 성인은 건강검진 때 A형 간염 검사를 받아 항체 유무를 확인하고, 유료로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접종 비용은 7∼8만원 정도다.
임 교수는 "A형 간염에 걸리면 간세포가 망가지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중증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20∼40대의 A형 간염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개인적인 예방노력에 더해 정부 차원에서 A형 간염 유행을 막기 위한 예산 및 백신 확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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