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선정해 내달 개시
MB정부 사건 등 검찰 내부서 진통 예고
검찰 ‘무오류 신화’ 깨질까 관심 속
민변 출신 5명 포함돼 편향성 논란도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는 12일 첫 회의를 열고 조사대상 선정 방법과 위원회 운영 방식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뒤 핵심 쟁점이 될 조사대상 선정과 관련해 “사건을 선정할 때 시기에 제한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너무 오래된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달 말까지를 준비기간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키로 했지만, 특정 사건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 이상 까다로운 선정작업을 감안하면 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이 있었다는 의혹만으로는 조사에 착수할 수 없는 만큼 조사대상으로 선정할 상당한 근거를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게 위원회 입장이다. 조사대상 선정 작업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공정성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사 조사는 내년 1월 개시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1차 목표로 내년 6월까지 선정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필요시 추가로 3개월 간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위원회는 강제조사권을 가지지 못해 조사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임의조사권이라도 당사자 협조 등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조사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제기된 의혹 사건이 집중 타깃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이 진상 규명의 1호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수사검사가 상부의 기소 압력에 반발해 사표를 던질 정도로 검찰 내부적으로도 파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네르바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 수사방해 등 이명박(MB)ㆍ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은 당시 수사 검사가 여전히 현직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검찰 내부 진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거 잘못 처리된 사건을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검찰개혁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서 추진되는 검찰 과거사 조사임을 감안하면 내ㆍ외부에서 일어날 홍역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법부와 달리 검찰은 그 동안 인권침해 의혹이 일었던 여러 사건에서 사과를 하지 않거나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우리는 틀린 게 없다’는 듯한 외양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는 최근 10여년간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고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며 “법무ㆍ검찰이 과거사위원회를 꾸린 건 늦었지만 검찰의 ‘무오류 신화’를 깨는데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과거사 조사의 속성상 정치보복이나 공정성,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과거사 조사를 직접 담당하게 될 대검 조사기구 출범과 관련해 “법과 원칙의 테두리 하에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중립성 논란이 없도록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대검 조사기구의 상부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사위원회 구성에서는 벌써 중립성 시비가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치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과 김용민ㆍ송상교ㆍ임선숙 변호사 4명과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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