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으로 복무 중 월북했다 40여년을 북한에서 생활하고 2004년 일본에 정착한 찰스 로버트 젠킨스가 사망했다고 12일 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77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인 젠킨스는 주한미군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던 1965년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는 것이 두려워 탈영해 월북했다. 이후 영어교사로 재직하며 39년 간 북한에서 지냈다. 반미 선전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80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이었던 일본인 납치 피해자 소가 히토미와 결혼했다. 2002년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가가 먼저 일본으로 귀국했고, 2년 뒤 두 딸과 함께 북한을 떠나 소가와 재회했다. 같은 해 주일 미육군사령부에 자진출두, 과거 탈영 사실로 30일 금고형과 불명예 제대판결을 받았다.
2007년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2008년 북한에서 겪은 일들을 담은 회고록 ‘마지못한 공산주의자’를 출간하는 등 일본 정착 초기에는 북한 내부 사정을 고발하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이후 침묵을 지켰다.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입을 열었던 젠킨스는 8월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상황이 바뀌려면 북한 정권 전체가 무너져야 한다. 김정은 제거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다음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똑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아내의 고향인 니가타현 소가섬에 정착해 기념품 판매원으로 일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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