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자체 조사서 정황 확인
“문건 작성 등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정부 감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공백(첫 보고를 받은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기까지 걸린 시간) 등 구린 구석을 숨기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시 장ㆍ차관과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해수부는 12일 제1기 특조위 조사 활동 방해와 관련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 특조위 조사를 방해했고 대응방안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우선 박근혜 정부 당시 해수부는 특조위 활동 시점을 ‘2015년 1월 1일’로 주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문 결과와 달리 임의로 그 시점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는 6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해 임명절차 완료일(2월 26일), 사무처 구성 완료일(8월 4일) 등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이를 묵살했다. 정부 기관인 법제처조차 대통령 재가일(2월 17일)을 활동 시작점으로 봤지만 유독 해수부는 1월 1일을 시점으로 잡았다. 시점을 이렇게 일찍 잡힌 결과,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단축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해수부 감사에선 당시 장관(유기준)과 차관(김영석) 등이 활동 시점을 1월 1일로 잡는 결정을 내렸다는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1월 공개된 세월호 특조위 현안 대응 문건이 해수부 내에서 어떤 식으로 작성됐는지도 경위가 일부 드러났다. 당시 해수부는 “특조위가 청와대를 조사하려고 하면 여당(당시 새누리당)에서 지명한 위원들은 사퇴하라”는 지침이 담긴 문건을 작성했다. 감사 결과, 해수부는 청와대와 협의해 이러한 문건을 만들었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직원 등은 “차관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령을 내린 것으로 지목된 당시 윤학배 차관은 세월호 참사 수습 기간인 2014년 8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지냈다. 조사 방해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윤 전 차관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해수부 내 연루 공무원은 모두 10여명”이라며 “특조위 활동기간 축소 및 문건 작성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수부가 청와대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에 7시간 관련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당히 예민한 내용이라 여기에서 있다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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