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의 글에서 영자와 영문자, 로마자의 관계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어떤 독자께서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셨다.
흔히 간단한 단어를 한자로 적을 때 ‘~를 한문으로 쓰다’라고 표현하고는 한다. “너 어디 가니?” “학교.”에서 답변인 ‘학교’와 같은 경우에는 단어도 문장 역할을 하므로 그런 표현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름을 한문으로 쓰다’ 또는 ‘주소를 한문으로 쓰다’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한자로 쓰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한문’은 우리 사회에서 중국 현대의 것이 아닌 고전의 문장이나 우리 옛 문헌에서 한자로 쓰인 문장을 일컫는 등 원래부터 언어의 단위 가운데 하나인 문장 또는 그런 언어를 뜻하고,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한자’는 중국의 고유한 표의 문자이기 때문이다.
논어, 맹자와 같은 고전에 나오는 예전 중국의 한문은 우리가 중세 국어와 같은 예전의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중국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이다. 이는 그간의 언어 변화가 서로 통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 버린 결과이다. 또한, 이러한 예전 중국의 언어로 우리 선조들이 구사했던 문장이나 그런 문장들로 이루어진 문학 작품, 저술 등도 ‘한문’이라고 일컬어왔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한문으로 된 책이다.”와 같이 표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 이름을 한자로 써 보아라’라든가 ‘주소를 한자로 써 주세요’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며, 예를 들어 사자성어인 ‘인자무적’의 뜻을 들어 원래대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진 사람은 세상에 적이 없음을 한자로 쓰다’나 ‘한문으로 쓰다’ 모두 좋은 표현이 된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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