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경, 선장ㆍ갑판원 구속송치
사고 시간은 또 바뀌어… 오전 6시 2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를 들이받아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급유선 선장이 해경 조사에서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레이더 감도가 좋지 못해 낚싯배가 보이지 않았다”고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2일 낚싯배 선창1호 전복사고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업무상과실치사ㆍ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구속된 급유선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전씨는 첫 조사에서 “낚싯배를 충돌 전에 보았으나 알아서 피해서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두번째 조사부터는 “레이더 감도가 좋지 못해 낚싯배 위치가 한번만 확인된 뒤 다음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전씨와 함께 구속된 갑판원 김모(46)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4분 전 영흥대교 도착 이전에 조타실에서 식당으로 내려와 충돌 상황을 모르지만 자리를 비운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전씨가 충돌 사고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해사안전법에 따른 안전관리매뉴얼상 ‘야간 항해 당직 시 1인 당직을 금지한다’는 규칙을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급유선 명진15호와 낚싯배 선창1호의 사고 당일 행적도 이날 공개됐다. 명진15호는 3일 오전 3시 인천북항 부두를 출발해 오전 3시 25분 GS칼텍스 부두에서 방커C유 250톤, 경유 30톤을 실은 뒤 오전 4시 30분 평택항에 정박 중인 선박에 기름을 넣기 위해 출항했다. 명진15호는 12노트(시속 22.2㎞) 속도로 운항해 오전 5시 58분 영흥대교를 통과했다.
선창1호는 오전 5시 56분 덕적도 인근 앞바다로 가기 위해 영흥도 진두항을 출항했고 오전 6시 1분 명진15호와 300m 거리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두 배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6시 2분 충돌했다. 명진15호는 사고 당시 약 12.4노트(시속 22.9㎞), 선창1호는 약 10노트(시속 18.5㎞)로 항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당시 선창1호에 타고 있던 선원과 낚시객 22명 중 15명이 숨졌다.
해경은 명진15호의 자동위치발신장치(AIS) 등 선박모니터 시스템을 분석해 사고 시간을 오전 6시 2분으로 특정했다. 해경은 사고 초기 오전 6시 12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가 이후 오전 6시 9분, 오전 6시 5분 이전으로 번복했었다.
해경은 이날 급유선 선장 전씨와 갑판원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경은 선창1호 선장 오모(70)씨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오씨가 사고로 사망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