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학급 → 12학급 → 9학급으로 줄어
인근 학교 3분의 2 수준밖에 안돼
2018학년도 대구 전체 20학급 감추
대구 경신고가 대구시교육청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내년 신입생 모집 학급 수가 자사고가 되기 이전은커녕 주변 ‘경쟁’학교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줄게 됐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구지역 일반계고 신입생 학급은 637개 학급으로 올해 657개보다 20개 학급이 준다.
내년 고교 신입생이 2만3,000명으로 올해보다 3,700명이 준 데 따른 조치다. 대구지역 고교 신입생은 2015학년도 3만1,046명, 2016학년도 3만603명, 2017학년도 2만6,720명으로 해마다 수천 명이 줄고 있다.
특히 경신고는 일반고 전환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2010학년도에 15학급을 모집했던 경신고는 자사고 전환과 함께 12학급으로 3학급 줄였다. 하지만 2017학년도엔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져 인가학급보다 2학급 적은 10학급을 운영한 데 이어 2018학년도엔 인가학급 자체가 9학급으로 줄게 됐다. 이는 인근 오성고보다 적은 규모다.
반면 일반고 시절 ‘경쟁 상대’로 여겨져 온 대륜고나 능인고는 14학급을 유지하고 있다. 경신은 이들 학교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지역 교육계는 경신고가 시교육청의 자사고 유지 방침을 거스른 괘씸죄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7년여 전 시교육감 취임 때 지역 교육불균형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천 방안으로 자사고와 자율형공립고를 대안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자율형 공립고가 사회 일각의 반대로 수월성 교육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나름 성과를 낸 자사고마저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역교육불균형 해소는 요원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사학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방침에 앞서 내년부터 교육과정 개편으로 학생 학부모들이 자사고를 선택할 이점이 크게 줄었다”며 “2018학년도 자사고 원서접수 결과 일부 학교는 지원율이 가까스로 50%를 넘긴 점이 자사고의 위기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은 경신고가 억울해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경신고 학급 감축을 통해 2018학년도 무더기 미달로 고민 중인 다른 자사고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신고의 일반계 전환 소식에 따른 주변지역으로 이사한 사람들도 패닉 상태다. 경신고 주변 아파트는 일반고 전환 추진 소식이 나온 지난 봄부터 다른 지역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일반고 전환으로 모집 학급이 늘고, 학교 인근으로 이사하면 배정 확률이 높아질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진학생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대륜고는 시지 지역에서 넘어오는 학생 수용을 위해 당장 학급 수 감축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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