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유럽의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졌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 9일째 러시아와 16강전에서 35-36으로 패했다.
2009년 대회 6위 이후 8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8강 진출을 노린 한국은 8강행 문턱을 넘지 대회 최종 순위는 24개 참가국 가운데 13위에 자리했다.
세계 랭킹 10위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유일하게 5전 전승을 거둔 세계 2위 러시아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전반을 13-16으로 끌려간 데 이어 후반 들어서도 5골 차까지 점수가 벌어지는 위기를 딛고 후반 막판 전세를 뒤집었다.
21-25에서 이미경(히로시마)의 연속 득점과 김보은(경남개발공사)의 골로 종료 13분여를 남기고 24-25, 1골 차로 추격했다. 한국은 이후 피봇 강은혜(한국체대)를 활용한 공격에 나섰고 당황한 러시아가 반칙으로 이를 저지하면서 2분간 퇴장을 당한 틈을 파고들어 종료 7분여 전에는 이미경의 득점으로 27-27 동점까지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종료 3분 전 다시 이미경의 득점으로 29-28,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러시아와 한 골씩 주고받으며 접전을 이어갔다.
29-29 동점에서 종료 1분 50초 전에 유소정(SK)이 오른쪽 측면에서 시도한 슛은 골대를 맞고 나왔고, 30-30 동점에서 류은희(부산시설공단)가 종료 직전 던진 슛은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두 번의 슛 가운데 하나만 들어갔더라도 연장전 없이 승리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결국 연장에 들어간 한국은 연장 전반까지 두 골 차로 끌려가던 경기를 연장 후반 다시 동점을 만들며 분전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34-34 동점에서 종료 2분을 남기고 러시아 안나 비아키레바에게 실점했고, 이어진 공격에서는 류은희와 이미경의 콤비 플레이가 호흡이 맞지 않아 실책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공격권을 내줬다.
러시아는 종료 1분 전에 7m 스로를 얻었고 이를 다리야 사모키나가 득점으로 연결, 2골 차로 달아나며 승세를 굳혔다.
한국은 마지막 공격에서 류은희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동점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강재원 감독은 “승패를 떠나 아쉬움 없는 경기를 했다”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주포 권한나(서울시청)가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제외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강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했다”며 “공수 전술을 통해 유럽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점과 차세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은 이미경이 11골, 류은희가 10골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 대회 8강은 스웨덴-덴마크, 프랑스-몬테네그로, 체코-네덜란드, 러시아-노르웨이 등 유럽 팀들의 대결로 압축됐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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