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컴퓨터로 수온, 수질 모니터링
해상 양식장에 사료 자동 공급
노르웨이 연어로 4조원대 매출
#2
한국은 어촌 고령화 대안 주목
2020년까지 남해안에 실증단지
“고부가가치 어종에 우선 적용”
노르웨이의 연어양식기업인 ‘마린 하베스트’는 지난해 38만톤의 연어를 생산, 36억유로(약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한 기업에서 양식으로 생산하는 연어가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양식 생산량(185만톤)의 5분의1에 해당한 셈이다. 수직 계열화한 생산ㆍ판매ㆍ가공 시스템을 거쳐 전 세계 70여개국으로 팔려나가는 마린 하베스트의 연어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전자 반도체와 같은 ‘수출 금맥’이다. 이 같은 성공 신화가 가능했던 것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양식’ 덕분이다. 컴퓨터로 수온, 수질, 염도 등을 모니터링하고 사료도 자동 공급하는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이 회사의 핵심 생산시설이다. 마린 하베스트는 생산성 향상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을 통해 인류에게 더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연구ㆍ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이를 ‘청색혁명’(Blue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우리 정부도 한국판 ‘마린 하베스트’를 육성하기 위해 도전장을 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국정과제 및 혁신성장전략 중 하나로 ‘스마트 양식’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양식이란 생육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적정한 수질과 수온을 유지하고 사료와 항생제를 주는 첨단 양식 시스템을 일컫는다. ICTㆍ빅데이터ㆍ기자재ㆍ에너지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해수부는 민간의 스마트양식 기술 개발과 생태계 조성 등을 지원해, 지난해 185만톤이었던 양식 생산량을 2022년 23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잡는’ 수산업에서 ‘키우는’ 수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뜻하기도 한다. 원양ㆍ연근해 어업 등을 통한 수산물 생산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다, 재래식 양식업은 이상기후ㆍ고수온 등의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5세 노인 인구 비율이 33%까지 커진 어촌 고령화도 심각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동화ㆍ규모화 양식업으로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업계 판단이다.
스마트 양식의 핵심은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한 최적 생육 환경의 도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ICT 기업, 어업법인, 양식 관련 기자재 기업, 종자ㆍ사료 기업들이 서로 융합돼야 한다. 마창모 KMI 양식산업연구실장은 11일 “국내 기술로만 이뤄진 스마트양식 기반 시설이 전무한 만큼 일단 개발한 기술을 실험하고 산업화할 실증 연구 단지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2020년까지 경남권 남해안에 융합기업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실증 단지를 조성한 뒤 이를 권역별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해수부는 부처간 정책 조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사업을 후방 지원한다. 마 실장은 “현재 제주도, 전남 완도 등에서 대규모로 양식하고 있는 넙치나 고부가가치가 높은 참다랑어에 스마트 양식을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수부는 지난 8일 서울 쉐라톤 디큐브시티에서 2017 미래양식투자포럼 총회도 열었다. 행사에선 스마트양식 개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인공지능 양식 클러스터 선도 사업 ▦참다랑어 양식 활성화 ▦양식 기자재 표준화 관련 기업들과 업무 협약도 체결됐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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