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청년들 없었다면 위험한 상황 놓였을지도”
지난 10일 오후 7시쯤 강원 춘천시 약사천에 위치한 닭갈비 집을 찾은 임창욱(24)씨와 이기연(19), 김진우(20)씨는 “집안에 불이 나 할머니가 갇혀 있다”는 손자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당시 닭갈비 집 인근 사우나 옆 조립식 주택에는 불길이 뿌연 연기와 함께 출입구까지 번지고 있었다. 집 안에 있던 20대 손자와 70대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탈출 했지만, 할머니(75)가 아직 화재현장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춘천에서 열린 마임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던 이들은 구조요청을 받자 너나 할 것 없이 불길이 번지고 있는 조립식 주택으로 뛰어들었다. 임씨 등은 전동식 휠체어에 앉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이모 할머니를 무사히 구조했다. 임씨는 “누구라도 다급한 도움을 받았다면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을 했는데 관심을 받게 돼 쑥스럽기도 하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화재는 소방서 추산 2,272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0여 분만에 진화됐다. 기꺼이 불길로 뛰어든 청년들 덕분에 인명피해는 없었다. “구조 당시 불길이 출입구까지 급격히 번지는 상황이라 청년들이 없었다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당국은 불씨가 남아 있는 연탄재 처리 부주의 등 화재원인과 정확한 피해규모를 조사 중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