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빌보드 200의 1위, 빌보드 핫100의 톱10까지 오르는 게 목표에요.”(지민)
팝의 본고장 미국을 뒤흔든 보이그룹 방탄소년단다웠다. 지난 9월 낸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가 빌보드 200 차트에서 7위, 신곡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가 핫 100 차트의 28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는데도 만족하지 않았다. “내년에는 스타디움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꿈은 크게 가지랬어요. 하하.” 그들은 야심만만했다.
월드스타로 급성장한 방탄소년단이 환대 속에 국내 팬을 만났다. 미국 활동을 매듭 짓고 귀국해 8~10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 더 윙스 투어 더 파이널’ 콘서트를 열었다. 방탄소년단은 10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 최대의 시상식(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을 했는데, 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만큼 크게 환호해주셔서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양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그룹 처음으로 공연을 했다. 지난 9월 낸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 의 타이틀곡 ‘DNA’를 불러 큰 반향을 일으켰다.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 ABC ‘지미 키멜 라이브’ 등 미국 유명 TV 토크쇼에 잇달아 출연하며 화제를 뿌렸다.
멤버 슈가는 “미국 진출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며 “진출하지 않았고 초대 받아서 미국을 간 것인데 생각보다 많이 환호해주셔서 새삼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의 열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2015년 발매한 ‘쩔어’ 뮤직비디오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주목을 받으면서 해외 팬들이 결집됐다. ‘불타오르네’로 팬덤이 본격적으로 응집력을 발휘했고, ‘피 땀 눈물’을 통해 보편성과 대중성까지 확보해 미국 진출까지 이루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방탄소년단의 전망은 밝다. 방탄소년단은 노래, 외모, 퍼포먼스 등 K팝의 매력을 온전히 살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해외 팬을 착실히 늘려왔다. ‘강남스타일’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인기가 시들해진 가수 싸이와 달리, 두터운 현지 팬덤을 기반으로 미국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방탄소년단이 잠깐 미국 대중의 눈길을 잡는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멤버 RM은 “책임감은 크게 느끼고 있지만, 치밀한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가급적 안 하려고 한다”며 “기존 우리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만큼 들뜨지 않고 하던 음악을 하는 게 우리의 정체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대표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해외 시장에서 K팝을 고유의 장르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방 대표는 “한국 가수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 회사와 계약을 맺어 미국 노래를 발표하면 K팝 가수가 아니라 미국 가수”라며 “K팝은 여러 요소가 결합된 묶음으로 가야 하는데, 이 고유의 강점을 계속 살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신곡은 당분간 한국어로 발표한다. 방 대표는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온라인을 통해 가사를 해석하는 움직임이 많아 충분히 정서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미 전달이 안돼도 외국인들이 편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한국 단어가 무엇이 있을지는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8~10일 펼쳐진 국내 공연은 지난 2월 북남미, 동남아, 호주, 일본 등 세계 19개 도시에서 40회 전 회 매진을 기록한 ‘윙스 투어’의 앙코르 무대다. 팬클럽 아미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꾸며져 ‘DNA’, ‘피 땀 눈물’, ‘봄날’ 등 대표곡으로 채워졌다. 3일간 6만명이 콘서트장을 찾았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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