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에 탑재하는 인공지능(AI)용 신형 반도체 개발에 국가차원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일반 반도체보다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르면서 정작 소비 전력은 적은 신형 반도체 개발을 정부가 나서 독려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은 물론 중국이 급부상하는 등 격화되는 반도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과 대학의 기술자들이 관련 설비를 무료로 사용해 설계 및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신형반도체 개발 거점을 내년 중 설치키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0일 전했다. 관ㆍ민 공동으로 개발하려는 것은 PC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에 비해 처리 속도가 10배 이상 되면서도 소비전력은 100분의 1 이하인 AI용 반도체다. AI에 인간의 두뇌나 눈과 같은 기능을 적용하려면 카메라 영상 등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고속으로 읽고 학습해야 한다. 이처럼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고성능의 반도체가 절실하다. AI용 반도체의 수요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개발 거점을 정비하는 것은 반도체 개발에 소요되는 기업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반도체 시제품 개발엔 수십억엔(수백억원)이 들어가 기업에겐 큰 부담이 된다. 기업과 대학의 전문인력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개발 거점에는 이런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설비가 정부 지원으로 설치된다.
현재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시설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새 거점이 가동에 들어간 뒤 3년내 AI용 첨단반도체 개발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일본 정부가 AI용 신형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의 구글이나 인텔 등은 물론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AI용 반도체 개발이 늦어지면 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이 주력산업의 설비에 투입되는 반도체 수요를 이들에게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대비해 일본 정부는 AI용 반도체를 포함해 700억엔(약 6,753억원) 규모의 관련 경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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