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북핵 문제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넘어선 제재나 군사옵션은 안 된다고 재차 경고했다.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미국의 일방제재 움직임을 겨냥한 것이다. 또 유엔 고위관료의 방북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재개 노력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왕 부장은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 심포지엄’ 개막식 연설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는 무력시위와 대항의 악순환에 깊이 빠져 있어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하지만 희망은 아직 소멸하지 않았고 협상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중국은 군사옵션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제기한 쌍중단(雙中斷: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다시 언급한 뒤 “먼저 형세를 완화해 한반도를 대항의 블랙홀에서 빼내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필요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특히 대북제재의 기준은 국제사회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는 국제사회의 공통의지를 대표하고 있으니 이를 지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라며 “만약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제기하거나 결의 이외의 조치, 나아가 일방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이는 안보리의 단결을 해치고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손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왕 부장의 이날 언급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시점상 북한의 초청을 받은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 직후이고 유엔과 북한에서 직ㆍ간접적인 대화 시그널이 나온 때여서 주목된다. 또 북핵 문제 해결책으로 대화를 중시하는 한중 양국 간 정상회담 목전이란 점에서 중국이 대화 채널 재개에 적극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왕 부장은 심포지엄에서 내년 중국이 펼칠 외교정책을 소개하며 “중국은 미국을 바꿀 마음이 없고, 미국을 대신할 생각도 없다”면서 “미국은 중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고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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