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탑 랭커들 대거 출전한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서 우승
모글스키 최재우도 6위 차지
사상 첫 설상종목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잇달아 승전보를 알리고 있다.
스노보드 알파인 간판 이상호(22ㆍ한국체대)는 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평행대회전(PGS) 유로파컵 1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유로파컵은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보다는 한 단계 낮은 급의 대회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이탈리아에서 14일 개막하는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해 월드컵 무대를 방불케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제시 제이 안데르손(42ㆍ캐나다)과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관왕 빅 와일드(31ㆍ러시아)가 출전했고, 지난해 세계 랭킹 1위를 지켜온 라도슬라프 얀코프(27ㆍ불가리아)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설상 강호들이 모인 경연장에서 이상호는 예선부터 치고 나갔다. 지난 시즌보다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엣지 테크닉을 구사하며 슬로프를 거침 없이 주파했다. 33초30을 기록한 그는 예선 종합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16강에서 안데르손, 8강에서는 와일드를 꺾는 등 지난 대회 올림픽 챔피언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준결승까지 내달렸다. 그는 예선 종합 2위를 기록한 마우리지오 보르모리니(23ㆍ이탈리아)와의 준결승 맞대결에서 예선과 같은 양상으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결승 상대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실반 뒤푸르(35ㆍ프랑스)였다. 이상호는 지난 해 뒤푸르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날 이상호는 경기 중반까지 뒤푸르에 뒤처졌지만 특유의 뒷심을 발휘해 막판 대역전극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대회 우승 직후 이상호는 “시즌 첫 경기를 우승으로 마무리해서 홀가분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다수 출전했지만 우승을 하면서 비 시즌 동안 연습이 잘 됐고 장비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끝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대표팀 이상헌(42) 총 감독은 “올림픽 시즌의 첫 국제대회를 우승으로 시작하면서 계획한대로 이뤄나가 기분이 좋다. 올림픽에 맞춰 열심히 준비했으니 한국이 설상 종목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에 한국 모글스키의 최재우(23ㆍ한국체대) 역시 같은 날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FIS 월드컵에서 6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특히 1차 결선 때 시간 기록과 에어 점수에서 수준급 기량을 선보이며 6명이 진출하는 최종 결승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도 과시했다.
앞서 스켈레톤의 윤성빈(23ㆍ강원도청)은 8일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2017~1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차 시기 56초 62를 기록, 전체 1위를 기록하며 라이벌 마르틴스 두쿠르스(33ㆍ라트비아)를 다시 한 번 눌렀다. 이어 열릴 예정이었던 2차 시기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1차시기 성적이 최종 결과가 되는 행운도 따랐다. 이로써 윤성빈은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 2차 대회, 캐나다 휘슬러에서의 3차 대회에 이어 월드컵 3연속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이번 우승은 그 동안 약세였던 유럽 트랙에서 이룬 것이라 의미를 더했다. 윤성빈은 월드컵에서 5차례 금메달을 땄는데 이 중 유럽트랙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개최된 2015~16시즌 7차 대회뿐이었다. 특히 독일 트랙에서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랭킹 포인트 885점으로 2위 두쿠르스(821점)와의 격차를 벌린 윤성빈은 이제 북미와 유럽을 가리지 않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설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향상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전망도 더욱 밝아졌다. 윤성빈은 경기 후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3연속 우승이라 기쁘지만 만족할 수 없는 레이스로 끝나 아쉬움이 크다”면서 “남은 시즌 동안 기상 악화와 같은 어떠한 변수에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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