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시장, 고교 무상급식 먼저 제안하고도
예산 부담은 30%만… 16일 시의회 심의 앞둬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인천시교육청 50%, 인천시 30%, 군ㆍ구 20% 비율로 예산을 분담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박융수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이 유정복 시장을 겨냥해 “무상급식 예산을 30% 부담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은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박 권한대행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인천시민께 보고 드리고 요청 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인천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고교 무상급식을 위해 시 예산에서 213억 원을 신설ㆍ증액했다”며 “이는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음 주 교육청 예산에서 365억원 정도(무상급식 예산의 50%)를 신설ㆍ증액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시의회 예결위는 지난 8일 내년도 시 예산안을 조정하면서 고교 무상급식 예산 231억원을 신설했다. 예결위는 11, 12일 내년 교육청 예산을 심사하면서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포함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도 인천지역 고교생 수는 9만2,000여명으로 무상급식을 하면 연간 73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박 권한대행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교육감 권한 사항인 급식을 무상으로 하자고 제안한 뒤 교육청과 협의 약속을 저버리고 급식에 관한 예산을 시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라며 “이번 합리적이거나 민주적이지 못한 시의회 예산 심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의 무상급식 요구에 교육청은 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시ㆍ군ㆍ구와 교육청의 분담 비율을 8대 2로 제안한 바 있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시청과 시의회만 합의해 5대 5로 결정했다”라며 “민주적이고 공개적이며 소통과 협의가 없는 예산 심의ㆍ의결은 명예롭지 못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무상급식을 제안한 분(유 시장)이 고작 30%를 부담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라며 “고교 무상급식 예산이 이대로 15일 시의회를 통과한다면 교육청은 중학교 무상급식 351억원, 고교 무상급식 365억원 등 매년 716억원만큼 다른 교육예산을 줄이고 희생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권한대행은 “졸속적이고 담합적 결의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시민들께서 저지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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