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드라마는 20대 남녀 배우가, 영화는 30~40대의 남자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 이런 가운데 올해 71세인 백윤식이 상업영화의 원톱으로 나서며 중년배우의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30년 전 장기 미제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또 다시 살인이 시작한다는 설정을 가진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백윤식은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 역을 맡아 활약한다. 백윤식은 원톱을 맡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좋은 기회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돼 배우로서 너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반드시 잡는다’는 백윤식 외에도 성동일, 배종옥, 천호진 등 대부분 중년배우로 채워진 영화다. 50대부터 70대까지 다른 영화에 비해 높은 연령대를 자랑하지만, 몸 사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 초반 골목길에서 용의자를 쫓는 장면부터 오토바이 추격전까지 각종 액션신 등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윤식은 “연기로 해야 하는데 또 연기로 보이면 안 된다. 배우가 맡은 임무니까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화면에는 안 나오지만 처음에 과거와 교차되는 장면이 있는데 직접 목포 유달산을 올라가 찍었다. 그래도 즐기려고 했다. 일하는데 산도 올라가고 호흡기에도 좋지 않겠나. 평소에도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다. 런닝머신에서 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운동하는 게 좋았다”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의지 때문에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청년을 쫓아가는 신은 재촬영까지 들어갔다. 백윤식은 “감독이 나를 배려해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신은 스턴트맨에게 부탁을 했었다. 그런데 찍고 나니 성에 안 찼나보더라. 나도 보니까 조금 아니더라. 그래서 ‘얘기를 하지’라고 말하면서 타이트하게 찍었다. 다들 만족하는 걸 보니 잘 건졌다 싶다. 아무래도 본인이 하는 게 화면에 잘 나온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백윤식은 “감독이 착했어도 챙길 건 다 챙긴다”며 웃더니 “프로들이니까 자기 파트 안에서 쟁투가 벌어지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안 나온다. 다들 완성도 있고 꼼꼼한 걸 원하지 않나. 100 퍼센트 극에 담갔다 와야 한다”라며 감독과 스태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중 마지막 진흙탕 신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극의 하이라이트로 볼 수 있다. 백윤식은 “진흙탕 액션신은 문제가 있었다. 중년의 세 배우가 몇 시간 동안 찍으면 보통은 적당히 넘어갈 텐데 우리는 3일 동안이나 찍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액션신이 힘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비를 뿌렸는데, 겨울밤에 살수차로 비를 뿌리니까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돼 있어야 했다”라며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다.
※ 아래 인터뷰에는 ‘반드시 잡는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심덕수 캐릭터를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전쟁 때 피난 와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당뇨가 있어 양갱을 먹고 신발을 신을 땐 꼭 구두주걱을 사용한다. 덕분에 캐릭터의 꼬장꼬장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백윤식은 캐릭터가 자세하게 표현된 이유는 원작 웹툰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웹툰 작가의 작품 후기까지 봤다. 원작에는 심덕수가 죽음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다. 6ㆍ25 때부터 출발한다. 인민군에서 발각 되지 않으려고 동생의 입을 막는데 질식사한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캐릭터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심덕수는 본인 기준에 잘 살고 있지 않는 것 같은 20대 청년 205호(김혜인 분)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묻고 청년은 “못 살고 싶어서 못 사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을 한다. 그리고 그가 사라졌을 때 심덕수는 목숨을 걸고 찾아다니며 “왜 찾아다녔냐”는 질문엔 “미안해서”라고 답한다. 심덕수는 왜 그렇게까지 205호를 찾았을까.
백윤식은 “본능적인 정신으로 찾는다. 심덕수는 205호가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살지만 현실적으로 현상 유지를 못할 정도로 생활이 힘든 걸 안다. 심덕수도 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자기가 걸어온 길이라고 생각할 거다. 주변 사람들에게 간섭하는 모습을 보면 ‘있는 사람이 왜 저러나’ 싶을 수도 있지만, 심덕수 입장에서는 ‘열심히 살라’는 충고 같은 말이 하고 싶은 거다. 여기에 동생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205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윤식은 “미안해서”라는 대사 다음에는 “힘들어도 살아보겠다는 애인데 쟤는 구해서 좋은 세상에 살게 해주고 싶다”라는 대사가 있었으며, 상대 배우 리액션과 205호에 대한 이야기가 덧붙여져야 해서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을 위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캐릭터는 앞서 백윤식의 코믹함이 극대화 됐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끝을 살짝 올리는 독특한 목소리 톤이 극을 유쾌하게 만든다. 백윤식은 “내가 따로 생각해서 톤을 잡는다기보다 대본에 이미 다 나와 있다. 이미 있는 캐릭터에 백윤식이 접목돼 풀어나가는 거다. 현장에서도 항상 열려있다. 촉수를 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다양한 대사 톤으로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상황에 맞는 감정을 실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캐릭터에 녹아드는 대사를 하는 건데 관객들이 볼 때 묘하고 재밌게 들리기도 해서 각인되나보다. 나는 편하게 한다”라고 전했다.
앞서 출연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도 그의 명대사 퍼레이드가 펼쳐졌을 정도로 그가 출연한 작품에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대사들이 많다. 백윤식은 지난해 “대중은 개ㆍ돼지다”라는 대사가 많이 회자 된 것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그는 “‘내부자들’도 웹툰이다. 윤태호 작가가 그냥 쓴 게 아니더라. 작가들도 작품 하나를 하면서 극한 상황까지 취재를 한다고 하더라. 마치 우리가 암시한 듯이 사건들이 다 터졌다. ‘조금 그렇구나’ 싶었다”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올랐던 것에 대해 “나는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평소 ‘-ing’라는 용어를 좋아하는데, 인생은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나를 어떻게 봐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게 여기며 산다”라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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