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와일드카드 권순우
“우상과 경기로 관심 끌고 싶어”
서브 스피드 215㎞로 향상
멘탈-체력 자신감도 쑥쑥
정현과 17년만에 한국 2명 출전
“호주 오픈에서 로저 페더러(36ㆍ스위스)를 만나 당당히 겨뤄보고 싶다.”
내년 1월 개막하는 시즌 첫 그랜드슬램 호주오픈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은 권순우(21ㆍ건국대)가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권순우는 8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본보와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랭킹의 선수를 만나 1회전을 통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평소 우상이던 ‘테니스 황제’ 페더러와 붙어서 나를 세계에 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하는 그랜드슬램 대회지만 이미 각오는 충분하다. 그는 “오히려 관중이 많은 대회를 더 좋아한다”며 큰 대회를 앞두고 전혀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5세트 경기를 치르는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 경기는 3세트를 치르는 일반 투어급 대회보다 체력소모가 더 크다. 이와 관련해서도 권순우는 “데이비스컵(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에 출전하며 5세트 경기 경험도 많이 쌓았다. 적응하는데 별 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순우는 지난 3일 중국 주하이 국제테니스센터에서 열린 호주오픈 아시아-퍼시픽 와일드카드 결정전 결승에서 중국의 리제(31ㆍ271위)를 2-0으로 완파하고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16명이 토너먼트를 벌여 우승자 단 1명에게만 부여하는 호주오픈 와일드 카드를 당당히 따낸 것. 정현(21ㆍ58위ㆍ한국체대)까지 더해 한국은 17년 만에 그랜드슬램 대회 본선에 출전하는 2명의 선수를 배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2015년 1월 세계 랭킹 2,039위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권순우는 2015년 퓨처스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 해 연말 랭킹을 645위까지 끌어올렸고 2016년 1월에는 645위, 2017년 1월에는 308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9월 윤용일(44)코치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면서 그의 기량은 한 단계 더 뛰어올랐다.
권순우는 “윤 코치님에게 멘탈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며 “시합 도중에 스스로 흔들린 적이 많았는데, 코치님과 다니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냉정하게 내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코치는 이형택(41)이 세계 랭킹 36위를 찍을 때와 정현이 톱100에 진입할 때 코치로 곁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투어 경험이 풍부해 권순우의 호주오픈 직행에 큰 도움이 됐다. 권순우는 “지난 해에는 경기 도중 화가 나 라켓을 7개 정도 부러뜨렸는데, 올해는 냉정해 지려고 노력 하다 보니, 부러뜨린 라켓이 4개로 줄었다. 내년에는 하나도 안 부러뜨려 보겠다”라며 웃었다.
서브 스피드가 대폭 향상된 것도 세계 무대에 당당히 문을 두드려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서브가 빨라져 경기력이 좋아졌다”며 “코스를 읽는 연습도 자꾸 하다 보니 서브 에이스가 한 경기에 10개 정도 나와 서브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윤 코치는 “기본적으로 파워가 있는 선수라 이제는 서브 스피드가 시속 215㎞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투어아래 등급인 챌리지급 대회에서 2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권순우는 다음 시즌 챌린지급 대회, 투어급 대회, 그랜드슬램 등을 두드리며 본격적인 투어 생활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지내야 하는 투어 생활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이젠 최대한 즐기려고 마음가짐을 바꿨다. 가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로 동료 선수ㆍ코치들과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을 즐기는 것이 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는 “일본 음식을 좋아해 즐겨 먹는다”며 “첫날 찾아간 식당에서 식사한 뒤 성적이 좋으면 대회 기간 동안 그 음식점만 찾는 것이 투어 생활 쌓인 징크스”라고 귀띔했다.
지난 4일 귀국해 개인 트레이닝과 휴식을 병행하고 있는 권순우는 10일 다시 테니스화를 조여 맨다. 태국으로 떠나는 2주간의 전지훈련이 첫 일정. 권순우는 “2018년에는 챌린지 대회 우승컵을 우선 들어올리고 싶다”며 최우선 과제를 설명했다. 주력으로 출전하는 챌린지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야 나머지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에서다. 이어 “세계 랭킹 100위 안으로도 들어가고 싶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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