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지난달 13일 제 72차 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7일 전인 내년 2월 2일부터 패럴림픽 종료 7일 뒤인 3월 25일까지 유엔 헌장 틀의 범위 내에서 전투 중지와 휴전 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련 인사들의 안전 통행, 접근 및 참가 보장도 주문했다. 1993년부터 올림픽 주최국 주도로 2년마다 유엔총회에서 채택돼 온 올림픽 휴전결의는 고대 그리스 올림픽 휴전(Ekecheiria)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 이번 올림픽 휴전 결의문에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ㆍ개발ㆍ인권 증진,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평화분위기 조성 기대도 담겨 있다. 이런 점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엊그제 평창올림픽에 미국 선수단이 참가할지에 대해 “미해결 문제(open question)”라며 유보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현재진행형인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과 맞물려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키고, 평화적인 평창올림픽 개최 분위기에 그림자를 드리워서다. ▦ 일각서는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북 핵ㆍ미사일 완성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과 헤일리 대사의 발언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억측도 제기한다. 한마디로 평창올림픽 기간 전후 북한의 핵ㆍ미사일 완성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선제 타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미 백악관과 국무부의 관련 브리핑에 비춰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그런 우려를 제기할 만한 맥락에서 나온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호전성을 비난하면서도 그 못지 않게 과격 발언이 잦은 헤일리 대사도 문제지만 거두절미하고 그의 발언을 빌미삼아 위기감을 부추길 건 아니다. 야단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에 이은 북-미 간 말의 전쟁 재개, 러시아 도핑 사태 등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국민들의 맘을 졸이게 하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내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성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북 추진 등 여러 노력들이 잘 맞아 들어가야 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을 잘 치러낼 수 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올림픽 휴전도 필요하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