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제보자는 박주원 최고위원’이라는 보도로 술렁이고 있다. 최명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이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안철수 대표는 그러나 ‘음해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8일 경향신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0월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DJ의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의 제보자가 박 최고위원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주 의원을 고소했고 대검은 ‘100억원짜리 CD는 김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 냈으나 제보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도에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말미에 “사안의 성격이 공소시효 지났지만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열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사실 관계를 분명히 따져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음해인지 밝히고 반대로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을 넘어 정권 차원에서 ‘국민의당 말살’ 목적의 폭로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사실로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 때 입을 당의 타격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 최고위원이 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 시점에 공개한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원외인 박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측근으로 ‘통합파’ 중 하나다.
이행자 대변인은 회의 뒤 안 대표의 ‘정치적 의도’ 거론과 관련해 “당 입장에서는 ‘다음엔 내 차례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다)”라며 “굉장히 오래 전 일인데 왜 이 문제가 지금 불거졌는지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명길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도 상당히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라고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지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최고위원은 지방 일정을 이유로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DJ의 최측근이자 ‘평생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재도 가짜뉴스로 고인의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고 유족은 물론 측근들에게도 피해가 막심하다”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해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또 “더욱이 검찰 내부에서 이러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면 국민적 신뢰를 위해서도 검찰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DJ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은 스스로 DJ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자처한다”며 “이 사안의 실체를 철저히 가려서 박 최고위원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보도에서 박 최고위원의 해명을 언급하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건 박 최고위원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며 “본인이 인정하는 셈”이라고도 했다.
이개호 최고위원도 “국민의당은 이 어이없는 사태에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분명한 입장을 내놓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본보는 2008년 ‘DJ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던 주성영 전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현지호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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