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계 의원들, 박주원 최고위원 맹비난
안철수 ‘바른정당 통합’ 추진력 약화 가능성
국민의당은 7일 200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제보자가 박주원 최고위원이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전해지자 벌집을 쑤신 듯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빠졌다. 김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호남계 의원들은 즉각 박 최고위원을 맹비난하고 나섰으며, 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이에서도 박 최고위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 최고위원이 이번 일로 구설에 오르면서 안 대표가 밀어붙이던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 역시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J 비자금 의혹이란 2008년 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법사위 소속이던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2006년 2월 발행된 것으로 기재된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사본을 공개하며 “DJ 비자금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주 전 의원은 ‘전직 검찰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며 이를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명예훼손으로 주 의원을 고소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해당 CD가 김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 전 의원은 법원에서 명예훼손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 선고가 확정됐다.
이날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주 전 의원에게 CD 의혹을 제보했던 이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박 최고위원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5년 검찰에서 퇴직한 박 최고위원이 2006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 안산시장에 당선되는 과정이 비자금 의혹 제보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알려진 대로 박 최고위원의 제보 시점이 대검을 이미 떠난 시점인 2006년이라면 과연 CD 사본과 관련한 정보를 적법하게 입수했을지도 의문이다. 주 전 의원이 이를 폭로한 2008년까지 약 2년의 시차가 발생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십몇 년 전 일이 왜 이제 와서 보도되는지 이해가 안되고, 당치도 않은 내용”이라며 “기사 내용이 한마디로 대하소설”이라고 반발했다. 박 최고위원은 “주 전 의원은 법사위 소속인 데다 검찰 출신이어서 과거 자연스럽게 만나 식사도 하고, 이런 저런 돌아가는 얘기도 듣고 하던 사이”라면서 “서로 의견교환을 하다보면 (범죄 첩보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제보와 폭로 사이 2년의 시차가 발생한 것을 두고 안산시장 공천과정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면서 “누군가 나를 흠집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전 의원에게 물어보라. 주 전 의원도 ‘너무 오버해서 소설을 썼다’고 펄쩍 뛰고 있다”고 전했다. 박 최고위원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하지만 당내 호남계 의원 사이에서는 박 최고의원 의혹을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현재도 이런 가짜뉴스로 사자의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고, 유족은 물론 측근들에게도 피해가 막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과거에도) 의혹의 제보자가 박 최고위원이라는 풍문이 있었다”면서 “검찰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도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박 최고위원은 불법정치공작에 가담한 경유를 밝히고, 유가족에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천정배 전 대표는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정치에 공소시효가 있나”라면서 “당에서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중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 곁에서 통합론 주창에 앞장서온 최명길 전 의원이 최근 공직선거법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최고위원직에서 내려온 데 이어, 박 최고위원을 향해서도 사퇴 압력이 가해지면 지도부 전체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대표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대응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안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사안 성격이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시 박 최고위원의 제보가) 정치적 음해를 가진 의도였는지 밝혀야 하고, 사실임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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