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간호사 절반 이상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임상 실습 중에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성희롱 가해자 대다수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였다.
7일 여성건강간호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5∼6월 사이 간호학과 4학년 재학생 191명(여 173명, 남 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0.8%(97명)가 임상 실습 중에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국내 간호학 교과과정은 간호학과 재학생들이 병원과 지역사회 기관 등에서 1천시간 이상의 현장실습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간호대생들이 경험한 성희롱은 신체적인 게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는 길을 막거나 이동하는 행위(45.3%), 의도적으로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행위(44.3%), 원치 않는 접촉이나 포옹으로 신체를 밀착시키는 행위(30.9%) 등이 주로 지목됐다.
이어 언어적 성희롱과 시각적 성희롱이 각각 72건, 55건으로 파악됐다. 언어적 성희롱은 상대방의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거나 훑어보는 행위(40.2%)가, 언어적 성희롱은 성적인 농담 또는 외설적인 대화나 통화(26.8%)가 각각 가장 많았다.
이밖에 성 역할 관련 성희롱은 46건이 집계됐다. 성 역할 관련 성희롱의 대표적 사례인 '무리하게 옆에 앉을 것을 강요하는 행위'는 전체 성희롱 피해자의 40.2%가 경험했다고 호소했다.
성희롱 빈도는 2회 이상이 전체 피해 경험자의 71.1%를 차지했다. 성희롱 피해가 4∼6회라는 응답도 34.0%나 됐다.
성희롱 가해자는 환자가 93.8%(91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환자의 보호자가 6.2%(6명)였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40∼50대 중년층이 77.4%를 차지했다. 성희롱이 있었던 장소는 일반병동이 54.6%, 정신과병동이 51.5%로 각각 분석됐다.
이런 성희롱 피해에도 불구하고 피해 간호대생 중 84.5%(82명)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해자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지도 교수에게 보고한 경우는 각각 15.5%, 8.2%에 그쳤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이유로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59.2%),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46.1%), '용기가 없어서'(39.3%), '가해자로부터 보복이 두려워서'(33.0%) 등의 응답이 많았다.
연구팀은 "간호학생들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임상실습 환경에서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학습 현장에서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성희롱에 취약한 상태라는 사실을 병원뿐 아니라 해당 학교도 인식하고,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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