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공정성 훼손 구성원 조사 등
보수정권 방송장악 청산 나설 듯
시용기자 등 내부갈등 조율 주목
한국당선 “완전 노영방송” 비난
해직 5년 만에 공영방송 사장이 됐다. 최승호 MBC 사장 선임은 당사자의 롤러코스터 같은 신분 변화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하다. 최 사장이 자신을 해고한 회사에 극적으로 복귀한 만큼 MBC에 매우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 사장은 MBC 간판 시사고발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을 통해 스타 PD로 이름을 알렸고, 활발한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 당한 굴곡진 이력으로도 대중의 눈길을 잡았다.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MBC에 PD로 입사한 최 사장은 시사프로그램 PD로 주로 활동했다. 2003년 전국언론노조(언론노조) MBC본부장(노조위원장), 언론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강성 노조원이었다. 특히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2005)과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2010) 편 등을 방송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방송을 놓고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고, 2012년 파업여파로 해고됐다. 이후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설립을 주도하고 이 매체의 앵커와 PD로 활동하며 여러 고발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뉴스타파를 통해 제작 연출한 다큐멘터리영화 ‘자백’(2016)과 ‘공범자들’(2017)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자백’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간첩조작을 고발해 화제를 모았고, ‘공범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다뤄 다큐멘터리영화로는 드물게 26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시작된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을 측면 지원하며 노조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적지 않게 했다.
최 사장 선임으로 MBC는 일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최 사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해직된 MBC 직원들의 복직을 꼽았다. 최 사장은 7일 오후 선임이 확정된 직후 “해직자들 복직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MBC를 끌어나갈 구성원을 선임해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한 과거 청산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MBC를 재건할 방안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내부 구성원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노사 공동재건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이날 열린 최종면접에서 최 사장은 “‘노사 공동재건위원회’ 구성은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가도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과거 청산 과정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최 사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엄존한다. 특히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체제에서 고용된 시용 기자 등과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지가 큰 숙제다. 내부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MBC가 또 다른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MBC 안팎에 적지 않다.
새 사장을 공모할 때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또 다른 편향성을 지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MBC가 완전 노영방송이 됐다”며 “최 사장이 과연 공정한 인사를 할 것인지,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사장은 노조 친화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노조는 구성원들의 자율적 의지와 의견을 수렴해내는 중요한 조직으로 MBC가 사주가 아닌 구성원의 것이라는 인식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노조와 가깝다, 멀다는 식으로 구분 짓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주장했다.
최 사장 선임으로 MBC 보도부문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최 사장은 “수십 년간 탐사보도를 해오면서 상식에 어긋나게 정부를 비판한 적도 없다”며 “그동안 해온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보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탐사보도를 강화할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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