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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만을 위한 대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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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만을 위한 대선’ 예고

입력
2017.12.07 17: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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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4번째 '따 놓은 당선'

野 유력 후보 유죄로 출마 불가

여성 후보 소브작은 '허수아비'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위치한 '고르키 자동차 공장(GAZ)'의 제조 현장을 찾아 차기 대선 출마 계획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위치한 '고르키 자동차 공장(GAZ)'의 제조 현장을 찾아 차기 대선 출마 계획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 출마 사실을 공표했다. 대적할 만한 경쟁 후보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또다시 ‘푸틴만을 위한 선거’가 시작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푸틴의 4번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것과 다름 없다는 말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부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 도중 “러시아 대통령 후보직에 나설 것을 밝힌다”고 발표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공장 직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출마 사실을 알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일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선은 내년 3월 18일에 치러지며, 푸틴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면 총리 시절까지 합해 총 24년(2000년~2024년)간 최고 실권자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의 출마 선언에 WP 등 주요 외신은 일제히 “푸틴의 당선 외에는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30명가량 되지만 푸틴 대통령을 앞지를 적수는 없다.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던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해 일찌감치 출사표를 냈음에도 최근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명 여성 방송인이자 스스로 반(反)푸틴파라고 밝힌 크세니야 소브착 후보가 그나마 주목받고 있으나, 푸틴 측이 투표율 제고 및 야권표 분산을 위해 내세운 ‘허수아비 후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후보군 지형뿐 아니라 선거 캠페인에 동원하는 자원 측면에서도 푸틴은 절대적 우위에 있다. 일간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은 대선을 1년 앞둔 지난 3월부터 푸틴 정권이 투표 독려와 각종 정보조사에 국영기업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국영 원자력 기업 로스아톰은 9월 지방선거 전 선거 관련 위험 요소를 감시하는 크렘린궁 연계 단체를 지원, 최근에는 접근이 어려운 중소 도시를 대상으로 한 사회경제적 여건 조사를 발주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마련한 푸틴 정권으로서는 이제 투표율을 높여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47.9%라는 참담한 투표율을 목격한 뒤 크렘린궁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70ㆍ70 계획’을 수립했다. 투표율 70%와 득표율 70%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10월 한 인터뷰에서 ”푸틴은 (청년층 등 반대 세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높은 득표율로 조용하고 빠르게 선출돼야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지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최신 지지율 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투표 참여 의사를, 전체 53%가 푸틴 대통령에 표를 던질 의향을 각각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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