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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목소리에 조금 귀 기울였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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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목소리에 조금 귀 기울였을 뿐이죠”

입력
2017.12.07 16:2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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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호 삼성전자 UX 디자이너가 9월 서울 강남구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10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백인호 삼성전자 UX 디자이너가 9월 서울 강남구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10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시각장애인이 쉽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 것’.

6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서울R&D캠퍼스에서 만난 백인호(43) 삼성전자 UX 디자이너는 2012년 특명(접근성 개선 프로젝트)을 받은 때를 떠올리며 “백지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UX는 어떤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끼는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뜻한다.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어떤 고충을 겪는지 전혀 몰랐고, 고민해본 적도 없었기에 백씨는 “무작정 만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100여명을 만났다. “직접 만나기 전엔 ‘시각장애인 전용 휴대폰을 만들면 되는 건가’ 생각했어요, 착각이었죠. 오히려 ‘전용 휴대폰은 필요 없다’더라고요. 그 자체가 차별로 느껴진다고요. 무엇보다 사용법을 모를 때 비장애인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더 불편해진다는 거죠.”

접근성을 향상시킨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했다. 2014년 백씨는 사내봉사단 ‘스마트엔젤’을 창설, 복지관 주말 강의를 열었다. “녹취하고 녹화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공유한다’라면서요. 그만큼 절실했던 거죠.” 연간 200여명, 현재까지 1,000명 가까이 교육에 참석했다.

특정 제품에서 얼마나 접근성이 개선되느냐는 “기술 발전 정도, 실현 가능성보다 ‘우선 순위’가 좌우한다”는 게 백씨 생각이다. 이미 기술 개발은 상당 부분 진전된 상황에서, 약자를 위한 디자인을 개발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제품을 탄생시킨다는 것. “무언가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그저 적당한 제품을 만들어 주는 선에서 끝나버리겠죠. 그런데 약자를 ‘고객’이라 여기면 얘기가 달라져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되죠.” 그에게 접근성은 ‘기본권’이다. “시각장애인 요구가 거창하진 않아요.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싶다’는 것들이죠. 약자 목소리에 조금만 귀 기울이면 기술 발전 혜택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인권위원회는 백씨 공로를 인정, ‘2017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대한민국 인권상은 세계인권선언기념일(12월 10일)을 맞아 인권 보호 및 신장에 공헌한 단체와 개인을 발굴해 주는 상이다. 올해는 14개 개인 및 단체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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