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서 제막식 열려
7,500여명 일본 등 끌려가
일제 강점기 일본과 만주 등지로 끌려간 강제동원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상’이 제주에 건립됐다.
제주지역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으로 구성된 ‘제주지역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7일 오전 제주항 제2부두 연안여객터미널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상 건립 제막식을 열었다. 지난 7월 추진위를 결성한 지 5개월 만이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된 우리나라 국민들의 구체적인 규모와 피해사례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아 철저한 진상규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배ㆍ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학계에서는 일제 강점기 제주 출신 강제동원자는 7,500여명이며, 이 가운데 강제동원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0여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제동원자들은 대부분 제주항을 통해 일본과 중국, 만주, 사할린, 동남아, 태평양 등 광산과 군수공장, 토목공사장, 전장 등에 끌려갔다.
이날 조성윤 제주대 교수(추진위 고문)는 “노동자 상이 세워진 이곳 제주항은 수많은 제주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동원의 통로가 됐었다”며 “남양군도 내 마셜 제도에만 58명이 끌려가, 그 가운데 32명은 현지에서 숨을 거뒀고 결국 유해조차 고국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이라는 아픈 기억을 꺼낼 실마리로서, 그 기억을 재생산해 낼 공장으로서 노동자 상을 이곳에 세우게 됐다"고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노동자 상 건립을 위한 ‘기억 벽돌’ 모집에 총 135개 단체와 개인이 참여했고, 기억 동판 모집에는 총 1,785명이 참여했다”며 “짧은 기간임에도 많은 도민이 노동자 상 건립에 참여한 것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만행에 대한 사죄와 보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