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
자연설이 덮이면
곳곳 눈의 강도 달라져
공중에 떠있는 스키점프는
바람의 변덕이 변수
12개국 28개 기상관련기관들
평창 모여 기상정보 파악 총력
동계올림픽 메달 색깔은 ‘날씨의 여신’이 누구를 향해 미소 짓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대회 최다 금메달 수(102개)가 걸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무려 70개 종목이 야외에서 치러지는 까닭에 당일 기온뿐 아니라 눈, 비, 바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최국가로서 기상청뿐 아니라 전 세계 12개국 28개의 기상 관련기관들이 평창에 모여 정확한 기상정보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기상 관계자들의 제 1호 경계 대상은 바로 ‘폭설’이다. 눈과 얼음의 축제라고 하지만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내리는 눈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날벼락에 가깝다. 6일 기자가 찾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ㆍ폐회식이 열릴 메인스타디움에서도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임장호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기상기후팀장은 “노천이라 폭설이라도 내리면 개회식을 취소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키나 스노보드 등 눈 위에서 치러지는 설상 종목에도 눈은 호재가 아니라 악재다. 설상 종목 경기장은 인공 눈을 뿌리고 스노캣(눈을 다지는 중장비) 작업을 반복해 전 코스에 1.2∼1.4m 두께의 눈을 쌓아야 완성된다. 경기장이 마치 얼음판같이 단단해야 하고, 출발선부터 골인 지점까지 눈의 강도가 같아야 최상의 여건이 된다. 때문에 경기장이 완비 된 뒤 눈이 내리면 이를 일일이 걷어내야 한다. 임 팀장은 “자연설은 입자가 커 쌓였을 때 상대적으로 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는 산악과 바다가 직선거리 20km 내외에 있는 복잡한 지형이라 기온과 강수량(적설)의 변화폭이 매우 커 눈과 진눈깨비, 그리고 비 중 어떤 것이 내릴지 예측하는 것도 숙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평창에서 국제공동연구 ‘아이스-팝 2018’을 진행, 각국의 시스템으로 평창 날씨 변화 관측에 나서고 있다. 이규원 경북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부)는 “우리나라 기상관측은 눈 보다는 비에 쏠렸던 터라, 스위스나 캐나다 등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에서 50여대의 첨단 기상장비를 들여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람 역시 변수로 스키점프 종목에서는 바람에 따라 선수가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늘거나 줄어드는 등 경기 결과가 달라져 기상 예보관이 심판관과 함께 심판대에 앉아 실시간으로 풍향 정보를 제공할 정도다.
그렇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최고의 날씨’는 어떤 걸까. 섭씨 영하 10도에서 영하 5도 사이 때의 경기장 눈의 상태가 가장 좋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설상 종목의 경기가 열리는 평창 대관령은 최근 30년 동안 대회(2월 9∼25일)가 개최되는 2월의 평균 기온이 영하 5.5도로 이 구간에 포함돼 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안심할 수는 없다.
기상청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총 49명의 ‘올림픽 전문 예보관’을 평창에 파견한다. 이들은 2012년부터 소치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해외에서 겨울철 산악기상과정을 집중적으로 훈련 받았다. 관측 공백 지역이 없도록 통합기상관측센서 등 105개의 관련 장비를 촘촘히 설치하기도 했다. 임장호 팀장은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카락이 다 빠질 지경”이라면서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만큼 겨울에 맞춘 ‘핀 포인트’ 예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ㆍ강릉=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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