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라틀리프/사진=KBL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프로농구에 새 역사가 쓰였다.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8ㆍ199cm)가 미국프로농구(NBA) 기록을 갈아치우는 54경기 연속 더블더블 대기록을 세웠다.
라틀리프는 지난 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홈 경기에서 14득점 13리바운드 기록을 더해 54경기째 금자탑을 쌓았다. 라틀리프는 연일 KBL 기록을 새로 만들고 있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2016-2017시즌 원주 동부 로드 벤슨의 32경기였다.
미국프로농구에서 NBA와 ABA 합병 이후 역대 최장 더블더블 기록은 2010-2011시즌 케빈 러브의 53경기다. NBA 역사를 통틀어서는 1964-1967시즌 윌트 체임벌린의 227경기가 가장 긴 기록이다.
이상민(45) 삼성 감독은 라틀리프의 이러한 저력에 “참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경기 전 이 감독은 “KBL은 NBA와 비교할 수 없지만 대단한 기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단함’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3년 동안 라틀리프를 옆에서 지켜 본 소감을 전했다. 그는 “라틀리프는 3년 동안 딱 하루 쉬었다. 운동을 쉬고 싶다는 얘기를 안 한다. 보통 선수들이 겨울에 노로바이러스로 장염도 걸리고 쉬기도 하는데, 라틀리프는 겨울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한다. 몸에 익숙해지니 강도도 세게 하더라”고 밝혔다. 큰 키의 타고난 신체조건과 54경기 연속 지치지 않는 활약의 비결은 ‘꾸준함’과 ‘성실성’이었다. 비시즌에도 쉬지 않고 근력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노력이 대기록으로 결실을 맺었다.
라틀리프에게 운도 따랐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이 오면 보통 한 번씩은 삐그덕거리기도 하는데 라틀리프는 그런 게 없다”며 “운도 좋은 것 같다. 부상을 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선수가 어디 있겠나. 예상치 못하게 부상을 당하기도 하는데 라틀리프는 부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2년 울산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밟은 라틀리프는 2015-2016시즌부터 삼성의 빅맨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외곽 플레이에 강한 그는 포워드 김동욱(36)과 환상의 호흡으로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KBL 5년차를 맞은 라틀리프는 이날까지 이번 시즌 득점(24.58)과 리바운드(14.95)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라틀리프가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연속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NBA는 12분씩 총 48분 경기를 하지만 KBL은 10분씩 총 40분이다. 그 중 라틀리프는 평균 30분 이상을 뛴다”며 “(경기 시간이 짧아) NBA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만든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평균 37분14초를 뛰었다.
김 위원도 부상이 없다는 점을 기록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부상 운이 좋기도 하지만 본인의 꾸준한 관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몇 경기가 됐든 기록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동욱의 뒷받침도 한 몫 했다. 김 위원은 “김동욱이 개인적으로 슛 욕심을 많이 내는 선수가 아니다. 라틀리프에게 토스해 뒷받침을 해주며 맏형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라틀리프는 귀화를 추진 중이다. 성사된다면 내년 2월 23일 열리는 2019 세계 남자 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A조 홍콩과 3차전에 나갈 국가대표로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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