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ㆍ복지로봇 등 국내 로봇공학 발전 인재 양성 공헌 공로
제12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시상식서 수상… 고인 선정은 처음
UNIST(총장 정무영)의 명예교수가 대통령 표창의 영예를 안았다. 주인공은 올해 2월 별세한 고 변증남 명예교수. 대한민국 로봇대상에 고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 변증남 교수는 6일 오후 4시부터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시상식 및 로봇인의 밤’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고인의 아들인 변영재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와 유족들이 참석했다. 수상자가 고인이기 때문에 표창은 변영재 교수가 대리 수상하고, 휘장 수여는 생략됐다.
고 변증남 교수는 ‘대한민국 로봇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국내 로봇학계와 산업계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1977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한평생을 과학기술에 헌신해 ‘재활·복지 보조로봇’과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 분야에 초석을 닦았다. 2009년부터는 UNIST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대학의 틀을 잡는 데 기여했으며 올해 2월 23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국내에 로봇공학 개념이 정립되기 전인 1978년부터 로봇을 연구해 1979년에는 최초의 국산로봇 머니퓰레이터인 ‘카이젬(KAISEM)’를 개발했다. 1987년 최초의 사각보행로봇 ‘카이저 I(KAISER I)’을 개발하면서 국내 보행로봇 연구를 선도했다.
1990년부터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로봇 기술에 집중했고, 특히 1999년 설립한 ‘인간친화 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ERC)’를 통해 지능형 주거 공간, 작업장 보조로봇, 수술 보조로봇 등을 주제로 연구해 ‘보조로봇 및 인간-로봇 상호작용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에는 로봇공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조셉 엥겔버거 로보틱스상’을 수상했다. 또 보조로봇 및 인간-로봇 상호작용 시스템에 대한 세계적인 발전에 대한 공로로 국제전기전자협회 석학회원(IEEE Fellow)에도 임명됐다.
고인은 1980년대 말 인간의 언어 논리를 모사한 ‘퍼지이론’을 도입하면서 ‘지능 시스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공지능 기술의 바탕이 되는 의사결정을 위한 추론법 등을 연구해 지능형 로봇 시대를 이끌었으며, 관련 논문들은 현재에도 전 세계 관련 연구자들에게 인용되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 후진 양성과 교육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공적이다. 1977년부터 고인이 양성한 제자는 석사 150명, 박사 65명에 이른다. 2000년에는 ‘KAIST 최다 박사 배출 교수’로 뽑힐 정도로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이들은 정부와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로봇학계와 산업계 발전에 힘쓰고 있다.
고인은 살아생전 “우리나라가 지능로봇 기술 강국이 되려면 로봇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학생들에게 “항상 꾸준히 널리 배우고 열정을 가지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고인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와 미국 아이오와대 전기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아이오와대와 KAIST, UNIST에서 재직했다. 국제저널 167편과 국내학술지 163편, 특허 22건 등의 연구실적으로 과학기술훈장을 수상한 ‘로보틱스 분야’의 대표 과학자다. 변영재 교수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버지를 기억해주시고 큰 상을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인이 한평생 애써온 로봇 분야가 더욱 크게 발전해서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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