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 속 조직폭력배 역할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여운환(64ㆍ사진)씨가 23년 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조폭 두목’이란 누명을 썼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여씨를 기소하고, 수사를 지휘한 인물은 현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씨는 이 같은 내용의 재심 청구서를 지난 5일 광주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여씨는 청구서에서 “한 검사의 삐뚤어진 영웅심에 지금도 폭력 조직의 두목이라는 억울한 누명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여씨는 1992년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였던 홍 대표에 의해 ‘국제PJ파’의 두목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드라마 ‘모래시계’에 차용돼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대법원은 1994년 여씨가 PJ파의 두목이 아니라 자금책 및 고문 역할이었다고 보고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출소 뒤 여씨는 언론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억울함을 꾸준히 호소해 왔고 이번에 23년 만에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여씨는 유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증인신문조서가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증인신문조서란 법정, 법관이 증인을 신문할 때 적는 조서를 말한다. 당시 여씨는 조폭 박모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신문조서가 핵심 증거로 채택돼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 조서가 피고인이나 변호인 참석 없이 검찰에 의해서만 꾸며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1996년 이 같은 방식으로 쓰인 조서가 “근거 없는 심증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여씨의 재심 청구에 대해 홍 대표는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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