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결국 퇴출의 철퇴를 맞으면서 근 1년 반 동안 세계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도핑 조작 스캔들은 일단락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가장 수위 높은 징계를 강행한 건 반성보다는 반발로 일관해 온 러시아의 태도와 비판 여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도핑 추문은 리우 올림픽을 불과 석달 앞둔 2016년 5월 그레고리 로드첸코프 전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대표가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러시아 체육부가 조직적으로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금지된 약물을 제공했으며, 연방보안국(FSB) 직원 등이 선수의 소변 샘플을 약물 복용 전 샘플과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이어 리우 올림픽 직전인 7월18일 세계반도핑기구(WADA) 조사위원회를 이끈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의 보고서는 더 충격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1∼15년 30개 종목 자국 선수 1,000명을 대상으로 국가 주도로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일삼았다. 특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 28명이 연루된 정황을 적시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IOC는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참가를 막지 않고 종목별 국제경기단체(IF)에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출전 허용 결정을 떠넘겨 비판을 자초했다. 이에 따라 육상과 역도를 제외한 271명의 러시아 선수단은 리우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구마 줄기 캐듯 끊임없이 등장하는 러시아 선수들의 집단 도핑 스캔들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특히 반도핑기구 관계자의 내부 고발로 러시아의 도핑 조작이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러시아가 맥라렌 보고서를 수용하지 않고 세계 도핑 기준도 따르지 않자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를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올해 11월 도핑 조작 스캔들 추적에 나선 IOC의 데니스 오스발트 징계위원회는 도핑 조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 25명을 무더기로 영구 제명했다. 올림픽 기록과 성적 삭제했으며 러시아가 소치 대회에서 딴 메달 33개 중 11개를 박탈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초강력 징계를 시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IOC는 6일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금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빼 들고 올림픽 정신 수호에 나섰다. IOC는 평창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단 참가 불허, 도핑 관련 책임자 영구 제명, 거액의 벌금 등으로 제재를 세분화해 러시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모두 수용했다.
IOC는 징계안 마지막 부분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러시아 선수들이 IOC의 징계 요구안을 완벽하게 존중하고 충실히 시행한다면 IOC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때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러시아 징계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적시해 러시아에게 마지막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줄 여지를 남겨뒀다. 뉴욕타임스는 이 대목을 두고 IO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현장에서 러시아 국기가 상징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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